
선행 실천 유명인사들 '인물시' 이어
어머니에 대한 기억 담은 '가족' 다뤄
공간·동행·공동체 아픔 극복도 노래
직업 특성상 잦은 메모가 시 형태로
형식 다른 기사·시 '소통' 같은 맥락
신선도 높은 문장으로 새 작품 구상

장재선 시인은 최근 펴낸 시집 '기울지 않는 길'(서정시학 간)에서 공존의 가치에 주목했다.
장 시인은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심하고, 사회적으론 물신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물신을 이기고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이 한국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시 작품을 통해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끄집어내고 서로 공감을 나누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장 시인은 이번 시집에 총 61편의 작품을 담았다.
1부는 이른바 '인물시'편이다.
배우 나문희, 최불암, 한혜진, 소리꾼 장사익, 가수 현숙, 산악인 엄홍길·오은선, 축구인 홍명보, 시인 이해인 등 유명 인사들이 주인공이다.
"최불암 선생은 일로 인연을 맺어 가까워진 경우이고요. 자주 만나거나 통화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애쓰시는 것을 보며 존경하는 스승이자 귀한 벗으로 느낍니다. 현숙 씨는 오누이처럼 가까운데요. 전국 돌아다니는 공연으로 번 돈을 이동목욕 차량에 기부하는 걸 보면 진정한 사회 공헌가입니다."
2부는 가족이야기를 담았다. 젊어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슬픔을 넘어 현재의 사랑에 대한 소망으로 이어진다.
어머니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고 시인은 확신한다. 시인은 어머니를 '거인 같은 정신세계를 지닌 분'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서른아홉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물세 살에 저를 낳으셨으니, 꼭 16년을 함께 살았는데요. 생활력이 강해서 큰 가게를 꾸리며 살림을 일으키셨는데, 자식에게 자애로우면서도 엄하셨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도 그분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려 애쓰셨던 게 기억납니다. 식모 누나를 따스하게 품고 결혼까지 시켜서 내보냈지요. 어머니가 아버지와 약속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림이 더 일어나면 고아원을 설립하자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가셨지만, 저는 그 꿈이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공간'을 노래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앞에서 부다페스트 다리 위로, 하와이에서 고려 궁지로, 시공을 초월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순간이동 시킨다. 4부는 연시(戀詩)로 '동행'의 소망을 노래한다.
그 동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사랑의 기원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소망을 보듬는다.
5부는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우리 공동체에서 겪는 아픔을 서정의 힘으로 이겨내려는 시인의 의지를 표현했다.
현직 기자이기도 한 그는 왜 시를 쓰는 것일까.
"중·고 시절부터 소설과 시를 습작했는데 소설로 신춘문예 본심에 오르기도 했지요.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메모를 자주 하게 됐는데, 운문 형태로 적은 것도 상당했어요.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시 형태를 갖추게 됐지요. 그러니 일부러 시 작품을 쓰겠다고 고민한 적은 없었습니다. 기사와 시 작품이 형식만 다르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기울지 않는 길'이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언어를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 순도를 높이고, 신선도 높은 문장으로 정제한 '새로움'이 가득한 시집을 구상 중입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다 보면 언제가 될지, 펴내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 시인은 '시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시로 만난 별', 산문집 '영화로 만난 세상' 등을 펴냈다. 지난 2017년에는 서정주 문학상을 수상, 현재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희기자 hika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