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장 이한주 공감 인터뷰8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잘 알려진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이 집무실에서 이 지사와의 인연과 경기도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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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때로는 한 발짝 뒤에 서 있었고, 때로는 몇 발짝 앞에서 그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비교적 베일에 싸여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 이야기다.

이 원장과 이 지사는 30년 지기다. 실용주의·공정이 핵심인 이 지사의 정책 철학을 마련해준 멘토였고 성남시장일 때도, 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도 시·도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 총책임자였다. 

 

곁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치열하게 달렸다. 

 

경제학자로서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쏟았고,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번듯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각종 학내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상대적으로 이 지사의 멘토, 정책 브레인으로만 조명됐던 이 원장의 이야기를 19일 오전 그의 집무실에서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법정 다툼 속 기로에 서 있는 이 지사, 그리고 그가 총괄하는 경기연구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연구원 이한주 원장 추가4

■李지사·성남과 인연은 어떻게

배무기 은사 권유로 경원대서 교수직
'철거민' 모습 경제학도에 자못 '충격'
"실질적 도움주자" 시민운동서 알게돼

# 호헌철폐 교수 성명 1호, 중심에 서 있던 젊은 교수


6·10 민주항쟁은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치에서부터 불붙었다. 

 

직선제로의 개헌이 좌초될 위기 속 전국 대학교수들은 일제히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성명은 설립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성남시의 작은 대학에서 나왔다. 중심에는 당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던 젊은 교수가 있었다. 이 원장이었다.

나무 냄새가 좋아 목수를 하고 싶던 소년은 서울대학교에 진학 후 경제학도가 됐다. 지금의 가천대와 연을 맺은 것도 당시 은사였던 배무기 전 울산대학교 총장 때문이었다.

이 원장은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인데, 그분 밑에서 오래 있었다. 어느 날 그분이 경원대에 가서 강연을 하고 오라더라. 어딘지도 모르는데, 아버지 같은 분이 말씀하시니까 무턱대고 갔다"며 "당시는 학원 자주화 운동이 굉장히 세게 일어났을 때였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선배들이 별로 없었던 학교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과 부딪히면서 다양한 내용을 강연했다. 그러다 교수협의회를 만들었고 부정입학 등 학내 문제에 맞섰다. 사표를 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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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을 가천대에 몸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함께 했으니 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이 원장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르게 크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퇴직할 때는 '그래도 웬만큼 알아주는' 대학에서 퇴직하고 싶다"고 웃었다.

가천대에 가면서 성남을 처음 알게 됐다. 

 

가천대 뒷산에 선 그의 눈에 비친 성남은 마치 거대한 인삼밭 같았다. 아스팔트루핑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철거민들의 집. 

 

이론 속에 있던 경제학도에겐 자못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관념·이념에 머무를 게 아닌,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던 그는 기독교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당시 이해학 목사가 중심이 됐던 시민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막 변호사가 된 청년 이재명과 본격적으로 연을 맺은 것도 그 무렵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그의 제자들이 연행될 때쯤, 이 지사는 전속 변호사처럼 관심을 기울여줬다. 열악한 성남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도 함께 이어갔다.

■1년 2개월째 맡아온 경기연구원

적응 좀 됐지만 갈수록 책임감 무거워져
'한국 축소판' 저출산·규제등 과제 많아
민주주의 발전·도민 삶의질 향상 고민도

# 이재명, 그리고 경기연구원


경기연구원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며 함께 걸어온 이 지사와 이 원장 모두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성남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시행한 모라토리움 선언,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로 일컬어지는 무상교복·청년배당·산후조리 지원 등이 이 원장의 손을 거쳤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공동 인수위원장을 맡아 도정 청사진을 그렸고, 아예 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 1년하고도 2개월째 연구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1년간의 소회를 묻자 "지금은 적응이 좀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진다"고 답했다. 

 

"선거 기간 중에 공약도 만들고 실제로 경기도를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구조 자체가 31개 지역의 부족 연맹체인데, 저출산 문제도 심하고 규제·난개발 문제도 그대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 기관 내부적으로는 인력도 충원해야 하고 노사 관계도 풀어야 한다. 할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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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인 이 지사의 운명과 맞물린 도정이 올해 안에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이 지사가 두 번째로 시장을 할 때는 오랜 기간 근무한 공무원들이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선에서 오랜 기간 시민들과 호흡해온 공무원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정말 실현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책은 일종의 예술이라, 방향이 맞다고만 해서 좋은 정책이 아니다. 결국 좋은 정책은 실현되는 정책"이라며 "도는 이 지사가 송사에 자꾸 흔들리니까 공무원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공무원들의 오랜 경험이 담긴 정책들이 생각만큼은 많지 않다.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데, 올해 안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 직전 14명의 시·도지사들이 이 지사의 무죄를 탄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에는 변호사들이 2심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탄원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사실 정치인에 대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한명숙 전 총리 이후 처음"이라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탄원에 참여했다. 물론 엄벌에 처해 달라는 진정도 많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 전반에서 포용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결국 총선이든, 대선이든 다 떠나서 경기도에서 실적을 못 쌓으면 무슨 소용이겠나. 아마 이 지사는 도에서 실적을 못 내면 스스로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곧 그의 이야기이기도 할 터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이한주 원장은?

▲ 1956년 서울 출생

▲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 2017 ~ 2018년 가천대학교 특임부총장

▲ 2018년 ~ 경기연구원 원장

▲ 2018년 새로운경기위원회 공동위원장

▲ 2017년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

▲ 2017 ~ 2018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 2019년 ~ 예금보험위원회 위원

※ 다니엘 라벤토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