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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광장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76억9천만원이다.

모금회, 2017년 목표액 113% 달성… 지난해 85%·20억 넘게 줄어
기업 기부 더 크게 떨어져… "경제 어려워 소규모 업체 동참 못해"
연탄은행 "이달 후원 작년의 절반"… 적십자회비도 2억 이상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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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명이 사는 인천에서는 2천800여가구가 여전히 연탄을 때며 겨울을 버티고 있다. 연탄 한 장의 소비자가격은 약 800원이다.

 

연탄 한 장으로 4시간30분가량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한 집에서 최소한 하루에 연탄 2장씩을 땠다고 계산했을 때 한 달 난방비는 4만8천원이다. 

 

저소득층이 대다수인 '연탄 난방 가구'에게는 난방비 4만8천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천지역 1천564가구에 연탄을 나누는 사단법인 인천연탄은행 대표 정성훈 목사는 "올해 후원받고 있는 연탄이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연탄은행이 이달 후원받은 연탄은 6만8천여장으로, 지난해 같은 달 12만장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연탄 후원사업은 특성상 기부와 봉사활동이 동시에 이뤄진다. 기업 등에서 단체로 참여해 연탄을 기부하고, 직접 지원받는 가구까지 전달한다. 후원이 줄면 곧바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집이 생긴다

 

정 목사는 "올해는 연탄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기부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부쩍 많아졌다"며 "특히 노인들은 연탄을 때지 못하면 건강 악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부문화는 지역 경제사정을 가늠하는 척도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 개인이건 기업이건 기부나 후원에 쓰는 비용부터 먼저 줄인다. 

 

기부가 줄면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직격탄을 맞는다. 국가 복지급여제도 바깥에 있으면서도 여러 여건상 생활이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 발굴도 힘들어진다. 

 

몇 해 전부터 인천지역 기부함이 얼어붙고 있다. 기업과 시민 모두가 어려운 때일수록 함께 나눠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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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1998년 11월 중앙과 16개 시·도에 설립된 대표적인 법정모금단체다. 

 

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이 바로 하나의 줄기로 모이는 3개의 빨간색 열매인 '사랑의 열매'다.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가장 큰 고난을 겪었던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체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출범의 계기였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9년 인천지역에서 1억5천700만원을 모금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64억4천600만원, 2010년 121억9천500만원, 2016년 160억7천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2017년에도 인천시민들로부터 성금 187억원을 후원받아 그해 목표한 모금액인 164억원의 113%를 초과 달성했다.

인천공동모금회는 모금 목표액을 넘어서면 다음 해 목표액을 올린다. 지난해에도 애초 189억원을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공동모금회의 최종 모금액은 161억원으로 목표액인 189억원의 85%밖에 채우지 못했다.

 

올해 목표는 180억원으로 축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올 10월 기준 모금액은 목표의 54%인 97억6천만원이다. 

 

올해 강원도 산불 성금과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 사태 특별모금액 8억2천만원을 빼면 순수 모금액은 89억4천만원(49.6%)에 불과하다. 남은 두 달 동안에 1년 목표의 절반 가까이 성금을 모금해야 한다. → 그래픽 참조

기업 기부가 쪼그라들면서 지역사회 성금 기부 규모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공동모금회 성금 가운데 개인과 법인 기부규모를 보면, 2017년 개인이 78억원을 기부했고, 기업이 109억원을 후원했다. 

 

지난해에는 개인 기부 규모가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억원이 줄어든 반면, 같은 해 기업 기부 규모는 86억원으로 전년보다 23억원이나 줄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개인은 47억원을, 기업은 50억원을 인천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상황이다. 

 

인천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제적 여건이 계속 어렵다 보니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서 후원이 감소됐다"며 "기업과 개인에게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기부를 독려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대표적인 모금단체로 꼽히는 대한적십자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2017년 모금한 성금은 43억7천만원인데, 지난해 모금액은 42억5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1억2천만원이 빠졌다. 

 

올해에도 이달 25일 기준 38억7천만원이 모였다. 연말까지 정기후원금이 더 들어온다고 고려하더라도 지난해보다 모금액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는 게 적십자사 인천지사의 설명이다.

1년에 한 번 1만원씩 참여하는 인천지역 적십자회비도 지난해 17억원 규모가 납부됐는데, 올해에는 14억6천만원까지 감소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지난 19일부터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시작했다. 

 

또 적십자 인천지사는 '희망지킴이', '나눔 프런티어' 등 정기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개인과 기업·단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적십자사 인천지사 관계자는 "적십자회비 참여 대상 중 개인 세대주의 참여 비중이 대폭 줄었다"며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위기가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올겨울 연탄 부족 연탄은행 연탄나눔
이달 초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연탄 난방 가구로 인천연탄은행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인천공동모금회 같은 모금단체는 직접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단체·시설 또는 각종 사업에 모금액을 배분해 주는 기관이다. 

 

성금을 많이 모을수록 지역사회 취약계층이 혜택을 많이 받는 구조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지난해 지역 사회복지시설 510곳 등을 통해 취약계층 약 40만명에게 174억원을 지원했다. 

 

모금액보다 배분액이 더 많은데, 공동모금회 중앙회에서 대기업 등으로부터 후원받은 성금을 전국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성금은 '기초생계 지원사업', '교육·자립 지원사업', '주거·환경 개선사업', '보건·의료 지원', '심리·정서 지원사업', '사회적 돌봄 강화사업', '소통·참여 확대사업', '문화격차 해소사업' 등에 쓰인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지난 21일 인천 부평역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웠다. 올해 연말연시 기부 목표액은 76억9천만원으로, 7천690만원이 모일 때마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1℃씩 올라간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액을 올리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일시 기부 이외에도 '착한 가게', '착한 일터', '나눔명문기업', '나눔리더', '아너소사이어티' 등 다양한 정기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 참석했던 인천공동모금회 명예회장인 박남춘 인천시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참여로 나눔 온도 100℃를 달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