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버스 16대 등 전국서 창원 집결
양팀 서포터스 '장외 세 대결' 후끈
육탄전 방불 '생존왕' 저력 또과시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경남FC와의 '끝장 승부'에서 전·후반 90분 혈투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극적으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인천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종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경남과 득점 없이 비겨 경남을 승점 1차이로 따돌리고 최종 10위(7승 13무 18패, 승점 34)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이날 오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북측 광장. 경남과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무려 700여 명의 인천 팬들이 집결했다. 구단이 꾸린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정 응원단이다.
배웅 인사를 하러온 박남춘 인천시장(구단주)은 "여러분들이 끝까지 책임져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응원단을 태운 총 16대의 전용버스 행렬이 결전지인 경남 창원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양쪽 골대 뒤편에 자리 잡은 인천·경남 서포터스 간 세 대결이 대단했다.
두 팀을 각각 상징하는 푸른 색과 붉은 색 물결이 뒤덮였다. 가득 들어찬 인천 원정팀 관중석에 경남 팬들도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전달수 인천 구단 대표이사는 줄지어 입장하는 홈 팬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구단은 응원단을 비롯해 총 1천명에 달하는 홈 팬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것으로 파악했다.
울산의 외할아버지댁에 놀러 갔다가 삼촌과 응원을 왔다는 백희재(10·인천창영초)군은 친척 동생인 한건우(8·울주명지초)군과 함께 "인천, 인천, 파이팅!"을 외치며 빙그레 웃었다.
기 싸움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천 서포터스 '파랑검정'이다. "다 함께 해 주세요! 할 수 있어! 인천!" 서포터스 '콜리더' 박정현씨가 목청껏 소리쳤다. 서포터스는 대형 깃발을 흔들고 북을 두드리며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딸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경남 팬은 "저분이 유상철 감독이야. 아빠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제일 좋아했던 선수야"라고 하자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 감독이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관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벼랑 끝 승부'답게 경기는 시종일관 '육탄전'을 방불케 했다. 격렬한 몸싸움에 옐로카드가 속출했다.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빗나갈 때마다 양쪽 관중석에선 안도의 한숨과 아쉬움의 탄식이 교차했다. 인천은 후반 18분 나이지리아 출신 공격수인 '거구' 케힌데(195㎝, 97㎏)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비기기만 해도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던 인천은 경남의 막판 공세를 끝까지 틀어막으며 '생존왕'의 저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원정 응원단 1호 차량 운전기사인 함충섭(67)씨는 "서포터스를 태우고 원정 응원을 다닌 게 벌써 3년이나 됐다"며 "많은 팬이 모인 것은 승리보다도 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잔류에 성공해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