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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양반댁 도가니탕.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100% 국내산 고춧가루에 최상급 한우
"수원 대표음식 되도록 정성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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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와 함께 한 시절 어언 30년. '수원 양반댁 도가니탕'은 한 뚝배기에 한국 대표 보양식의 품격을 담았다.

수원 권선시장의 소문난 맛집이었다. 경기남부 최대 '족발 집적산업시장'에선 도저히 족발로 승부를 볼 수 없었다. 정명희(63·여) 사장은 주특기인 도가니탕과 소머리국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사장의 도가니탕은 살코기와 도가니가 맑은 소사골 국물 수면 위로 빼꼼히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듯 드러나 있을 정도로 푸짐하다.

소사골과 잡뼈를 사흘 밤낮 끓인 육수는 깊고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무릎도가니와 볼기에 붙은 젤리 식감의 고기, 사태와 스지는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식감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최상급 국내산 재료만을 고집하는 주인장의 원칙이 말하지 않아도 먹는 이를 감동하게 한다. 한우는 수원의 도매상 3곳에서 받는다. 김제 친환경 오리쌀로 밥을 짓는다. 김치와 깍두기에 쓰는 고춧가루는 국내산 100%다. 물은 경동시장에서 공수한 둥글레를 우려내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차갑게 낸다. 직접 붓글씨로 쓴 메뉴판도 눈길을 끈다. 바깥 분께서 서예에 조예가 깊어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화선지에 적어 한쪽 벽면에 붙였다고 한다.

"숨어서 하면 못 찾아올 줄 알았지?"

권선시장에서 단골이 된 손님들이 알음알음 새 식당을 찾아 반가운 마음을 짓궂게 표현한다.

환절기를 맞아 혼자 온 청년과 근처 정형외과 병원 환자는 뚝배기에 구멍을 낼 기세로 식사를 마쳤고, 단골 손님들은 도가니탕에 약주를 기울이다 국수까지 말아 먹고 소머리수육까지 한판을 해치운 뒤 자리를 떴다.

한우만 사용합니다
수원 양반댁 도가니탕 메뉴판.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정 사장은 지난해 식당에서 넘어져 다리를 크게 다쳤다.

 

고기를 대주던 축산업자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가게를 넘겼다.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꾸고 자리를 옮겨 장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정 사장의 롤모델은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다. 흔히 볼 수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를 만든 사람이 65세에 늦은 나이에 비로소 성공을 경험했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희망을 찾았다.

정 사장은 또 "대한민국에서 도가니탕, 소머리국밥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우리 집 도가니탕이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불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수원 양반댁 도가니탕은 인계동종합상가 건너편 인계동 장다리로 196번길 1에 있다. 뚝도가니탕(1인분)은 1만7천원, 소머리국밥 1만원, 도가니탕 중 5만8천원·대 9만원, 소머리수육 소 3만5천원· 보통 6만원이다. 매주 일요일 휴무. (031)239-3459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