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맛집서 2년간 퇴근후 비법 배워
일주일 숙성 '고추장주물럭'도 인기
국내산 유황오리, 그리고 인삼의 어린 뿌리와 모양이나 맛이 닮은 삼채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널따란 돌판이 인상적이었다. 한껏 달궈진 돌판 위에다 밑간을 한 유황오리(생오리로스)를 올려놓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녹차를 먹여 키운 국내산 유황오리"라고 소개한 주인장 박진서(52)씨는 "기존의 식당들이 주로 쓰는 오리는 영국 수입산이다. 이 오리는 한 달이면 3.7㎏~4㎏까지 크는 반면에 유황오리는 최대한 커봤자 3㎏이 되지 않는다"며 "영계가 맛있듯 오리도 작은 게 맛있다. 비싸더라도 유황오리만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건강식이 따로 없었다. 한약재를 우려낸 간장과 후추, 청주 등으로 맛있게 밑간을 해서 그런지 오리 특유의 누린내가 없었다.
육질도 아주 부드러웠다. 생오리와 함께 버무려 나온 양파, 감자, 당근, 느타리버섯 등이 풍미를 더 했다.
특히 단맛, 쓴맛, 매운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삼채는 오리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줬다. 신선한 쌈 채소와 먹어도 좋고, 초장과 들깨 등을 섞어 만든 특제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박씨는 아내 김보민(43)씨와 처남이 사는 용인의 한 돌판 오리구이집에 갔다가 그 맛에 반해 식당 개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씨는 "'사암오리'라는 유명한 맛집"이라며 "직장에서 퇴근해 오후 7시까지 아내와 함께 그 식당으로 가서 무보수로 주방과 홀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가 넘는 생활을 2년 넘게 한 끝에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주물럭도 맛이 기막혔다. 전북 남원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양념장을 일주일간 숙성시킨 뒤 하루 전 생오리와 버무려 놓았다가 부추 등 신선한 채소들을 듬뿍 넣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밑반찬에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아삭아삭 씹히는 순무 김치와 새콤한 백김치가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 나박김치의 시원한 국물 맛도 좋았다.
저 멀리 전라남도 해남에서 공수해 온다는 귀한 세발나물 무침도 맛볼 수 있었다. 살짝 데친 나물을 들기름으로 무쳐 고소한 맛이 입안 한가득 퍼졌다.
오리 뼈를 12시간 푹 고아서 만든 육수로 끓여내는 미역국, 배가 불러도 자꾸만 손이 가는 돌판 볶음밥(날치알, 치즈 볶음밥까지 3종류)도 단골손님들에게 인기다.
생오리로스와 고추장주물럭은 5만원(한 마리, 국내산), 한방오리백숙(죽 포함)은 6만원, 한방능이오리백숙(〃)은 7만원이다. 주소: 인천 연수구 청명로 34. 예약 등 문의:(032)818-5292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