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방문 행사뒤 대중목욕탕 찾아
온탕속 의식불명 노인 심폐소생술
자전거보험 연계 공로 경찰 '영예'
각 분야의 숨은 일꾼을 발굴하는 경인일보의 경인봉사대상 수상자가 상을 받은 지 3일 만에 대중목욕탕에서 소중한 인명을 구해내며 또 한번 사회정의에 힘을 보탰다.
화제의 주인공은 강춘호(52) 고양 일산동부경찰서 교통조사계 반장이다.
지난 7일 육군 제28사단에 복무 중인 아들의 부대방문행사에 참석한 강 반장은 이튿날 동두천 소재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그는 아들과 함께 온탕에 몸을 담갔고, 건너편 열탕 쪽에는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강 반장은 무심코 '젊은 사람이 뜨거운 곳에서 잘 버티네'라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청년이 당황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물속에서 누군가의 손을 들어 올렸다.
물속에는 70~8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노인의 손을 건져 올린 청년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강 반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가 노인을 물 밖으로 빼냈다.
노인이 의식 없이 숨도 안 쉬는 걸 보고 기도부터 열어야 한다는 판단에 그는 수건을 돌돌 말아 베개처럼 받친 다음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120회 이상 눌렀을 무렵 노인은 기적적으로 물을 토해냈고, 잠시 후에는 코피가 흘렀다.
강 반장은 아들 등 주위 사람과 힘을 합쳐 노인을 한 층 아래 탈의실로 옮겼다. 호흡은 돌아왔으나 의식이 없던 노인은 구급대원들에 의해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노인이 이송되는 광경을 확인하고서야 강 반장도 정신이 들었다.
모든 과정을 목격한 목욕탕 관계자는 "사람 한 명 살리셨다"며 연신 감사인사를 했다.
강 반장은 "심폐소생술 할 때는 몰랐는데 목욕탕으로 돌아가려고 걷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던 것 같다"면서 "사람 살리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고, 이렇게 하면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자전거보험에 대해 알지 못하던 자전거 교통사고 피해자 121명에게 보험사를 연계, 보험금 12억원 상당을 받도록 한 공로로 지난 5일 '제38회 경인봉사대상' 경찰공무원 부문 영예를 안은 강 반장은 "그러고 보니, 탕 안에서 노인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2~3미터 거리를 헤엄쳤었다"면서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