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35개 연합회' 1만여명 이끌어
화재진압·수난사고예방 활동 다양
취약계층 돌보기등 '복지' 영역확대
"의용소방대원을 시작할 당시 큰 사명감이 있거나 했던 건 아니다. 동네 선배들이 '지역민이라면 당연히 지역을 위해 해야 한다'했고,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렇게 발을 들인 지 30여년. 젊음을 바쳤고 어느새 경기도를 대표하는 의용소방대장(남성)까지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
광주소방서 남성의용소방대연합회장이자 내년부터 경기도의용소방대연합회 남성회장으로 부임하는 한남호(60)씨는 주마등처럼 지나간 세월을 복기나 하듯 긴 여운 끝에 운을 뗐다.
광주 경안동의 공영주차장 한편에 자리한 광주의소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중후한 이미지에 배우를 연상케 하는 외모로 시선을 끌더니 말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얘기를 이어갔다.
"1985년 준대원으로 들어와 2년 뒤 대원으로 임명, 지난 30여년간 일과를 의소대 사무실로 출근해 여기서 마무리 지었다. 직업 아닌 직업이 된 것이다. 우린 월급 받고 하는 일이 아닌 봉사활동이다. 솔직히 사명감 없으면 힘들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렇기에 우리 대원들이 자랑스럽고, 대장으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불붙는다."
그가 이끌고 있는 광주의용소방대연합회에는 남성 9개, 여성 4개 등 총 13개의 의용소방대, 350여명이 활동 중이다.
내년부터 함께 할 경기도연합회는 35개 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에 1만명 넘는 대원들이 활동한다. 이들은 화재진압 및 예방활동은 물론 심폐소생술(CPR) 시연, 수난사고 예방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예전 의소대가 재난 활동에 무게가 실렸다면 최근엔 사회복지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취약계층 주택 개보수를 비롯 장애인시설과 노인요양원 등을 돌며 식사제공 및 빨래, 청소 등 어지간한 사회복지분야 봉사활동은 빼놓지 않고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에는 사정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달했고, 며칠 전 송년의밤 행사에서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장학금의 경우, 한 회장이 매년 자비를 털어 전하고 있다.
"돈이 많아서 하는 건 아니다. 광주가 발전하려면 아이들이 잘돼야 한다.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게끔 한 아이라도 돕고 싶다."
그가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월급도 안 받는데 뭐 해먹고 사냐"다.
통상의 대원들과 달리 의소대 사무실에 상주하다시피 활동해 많은 이들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기자도 궁금해 물어봤다. "세끼 먹을 거 한 끼 줄이면 되고, 돈이 없으면 알바하면 된다. 하하하."
"우리는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도 아니고, 소방조직의 유일한 보조단체로 역할을 할 뿐이다. 현장에서 직접 불을 끄진 않지만 내가 우리 지역민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일익을 담당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 한 회장의 다짐이 듬직하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