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운
어떤 이름들은 저를 다정하게 만듭니다.

이름에 꽃이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미워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름에 파도가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제가 발음만을 겨우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저에게 폭력적이지 않고 무관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이름들 사이에서 제가 숨을 쉬는 방법을 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이름들을 쓰고 곱씹으며 즐겁고 괴로울 때마다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하나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그림으로 보고, 음악으로 이해하고, 춤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글은 꼭 그런, 세상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이번 겨울, 그 어우러짐의 하나의 결이 된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 글이 어떤 사람에게라도 흘러가서 그 사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면 제가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제가 성공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렁거림을 느낍니다. 세상에 탈 것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불안이겠죠. 저는 게으르고 변명이 많아서 그 파도 전부를 넘어설 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일렁거리는 모양을 보여주는 부표 정도는 되는 명랑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어 시를 쓰려고 합니다. 우리가 바다에 뛰어들기 전 위험한 암초와 해구의 깊이를 알려주는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

그 이름을 위해 제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이규성 선생님, 김선희 선생님, 그리고 이 지 선생님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괴로운 길을 명랑하게 가는 이화여대 철학과 벗들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 시의 주인공이 되는 제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특별한 이름이 되는 유경, 소연, 건휘, 지호, 혜지, 시온, 환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글의 시작과 끝을 이렇게 맺습니다. 유운, 쓰고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