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설화등 옛 문헌통해 새롭게 조명
삼국사기 '강한 예지력' 묘사부터 조력자 역할
다산력 富 가져다주는 동물등 긍정 표현 소개
그동안 부정적 면모가 강했던 쥐가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30일 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옛 문학 작품 등에서 쥐는 곡식을 훔쳐 먹고 나무를 쏘는 습성으로 인해 간신과 수탈자를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심지어 탐관오리와 쥐를 동일시하는 문학 작품도 있다.
'고양이 앞에 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와 같은 속담에서도 쥐는 긍정적 표현보다 부정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민속학자인 김종대 중앙대 교수는 최근 옛 문헌 등을 분석한 발표문에서 쥐를 예지력 강한 동물로 표현했다.
그는 발표문에서 무가의 일종인 '창세가'를 소개하며 쥐는 조물주로 등장한 미륵보다도 더 뛰어난 지혜를 갖춘 존재라고 밝혔다.
아울러 쥐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과 1년에 6∼7회 출산하는 다산 능력을 빗대어 부를 가져다주는 동물로도 표현했다.
한국민간 속신어사전에는 '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쥐가 독에 빠지면 복이 나간다', '쥐가 집안에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 등 쥐가 재물과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글이 다수 게재되어 있다.
쥐는 불길한 현상을 암시하는 등의 예지력을 지닌 동물로도 묘사됐다.
그는 "삼국사기 신라 혜공왕 5년(769) 11월 기록에는 치악현에서 쥐 8천 마리가 평양 방향으로 이동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雉岳縣鼠八千許向平壤無雪)는 대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쥐가 등장하는 삼국유사 '사금갑'(射琴匣)에도 신라 비처왕(소지왕)이 만난 쥐가 사람 말로 '까마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가소서'라고 하자 까마귀를 쫓았는데, 그때 조우한 노인이 편지를 줬다. 봉투에 '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열지 않다가 일관(日官)이 한 사람은 바로 왕이라고 하자 내용을 확인했더니 사금갑, 즉 가야금 상자를 쏘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에 따르자 간통 중인 승려와 궁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쥐는 각종 설화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나무꾼과 선녀' 일부 이야기에서 쥐가 나무꾼이 시련을 극복하도록 돕는 동물로 나오는데,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