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알츠하이머 부모님 시중
낮엔 '급성신장염' 시어머니 병간호
"남들과 같은 일상… 가족 도움 힘"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자식을 돌보는 것보다 부모를 수발드는 것이 더 힘들다. 그래서 곽선아(51)씨의 효행은 더 울림이 크다.
곽씨는 과천시 문원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봉사를 하는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그러던 2018년 2월.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시어머니가 급성신장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던 일을 접고 3교대하는 남편과 중학생이 된 아이의 출근과 등교를 준비해주고는 병원으로 출근하는 병간호 생활이 시작됐다. 시어머니를 보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달쯤 지났을까. 그저 어깨가 아프다던 친정엄마와 병원을 갔다가 지인의 권유로 알츠하이머 검사를 받았다.
권유에 한 검사지만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을줄은 몰랐다. 아버지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충격 아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그에게 몰아쳤다.
17년 전 남동생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 소식에 급격히 무기력해진 아버지와 달리 엄마는 아픔을 잊으려는 듯 대외활동을 이어갔던 터였다.
곽씨 역시 남동생의 죽음으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부모의 알츠하이머 확정은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그나마 친정집이 10분 거리인 것이 다행이었다.
"막내딸이기도 하고 시집을 늦게 가서 30년 넘게 엄마와 살았는데 회삿밥이 맛없다고 흘린 말에 도시락을 싸주시던 분이었다"며 "남동생 죽음 이후 치매는 안 걸렸으면 좋겠다며 일기도 써오셨던 분에게 하늘이 시련을 주신 것 같았다"고 친정 부모의 알츠하이머 진단 시절을 회상했다.
동시에 양가 부모에게 시련이 닥쳤지만, 그는 누구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는 친정집으로 출근해 아침을 챙기고, 곧장 시어머니 병원에서 수발을 들었다. 저녁에는 다시 친정집으로 가서 부모가 잠자리에 드는 것을 확인하고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온 2년. 곽씨라고 힘들지 않았을까. 병시중을 들기 시작하던 초기에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마음이 아파 남편과 아이에게 울거나 화도 자주 냈었단다.
그러나 그는 "남들이 효부라는데 누구나 나와 같은 처지가 되면 또 나같이 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침에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 알아봐 주시는 것조차 너무나 감사하고, 곁에서 돌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한다.
곽씨는 양가 부모를 돌보는 생활을 '남들과 같은 일상'이라고 했다. 다행히 시어머니 병세가 완화돼 집안 내 거동이 가능해졌고, 남편과 아이도 곽씨가 병시중을 들 수 있게 집안일을 도와주고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내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됐다"며 "투덜이 막내딸이던 시절에는 그저 그곳에 항상 계실 줄 알았는데, 조금씩 상태가 나빠지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는 오늘 아침도 친정엄마를 만나기 위해 힘을 낸다.
과천/이석철·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