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외지서 찾아오는 손님 적어
공동화 심각… 대기업 점포 이탈
직장인, 퇴근후 서울로 빠져나가
업무지구로만 활용… 강남과 대조
판교테크노밸리 중심부인 '카카오 판교오피스'를 중심점으로 반경 700m를 상권으로 설정한 결과, 주말 유동인구는 9.9%(3만8천504명)이고, 주중 유동인구는 90.1%(35만2천286명)로 나타났다.
업무타운인 테크노밸리는 주말과 주중의 유동인구 차이가 극심했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은 어떨까. 테크노밸리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판교역 반경 700m 상권도 주말유동인구 비율은 22.7%(18만4천603명)이고 주중은 77.3%(62만8천287명)로 차이는 매우 컸다.
판교에 10만명의 정주 인구가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주말에 일부러 외지에서 판교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판교의 상권 공동화는 '대기업 점포의 이탈'에서도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18일 판교역에 들어선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매장이 철수를 결정했다.
전자기기 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의 철수는 전국 45개 매장 중 첫 사례다. 게다가 판교역에서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초근접 역세권이다.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장사가 안돼 나간 것"이라면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쓴 일렉트로마트는 1층 매장만 330㎡가 넘었는데 면적당 임대료가 40만원 이상이다. 임대료가 비쌌다"고 설명했다.
판교 상권의 붕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이유는 판교를 관통하는 신분당선의 '빨대 효과'다.
서울과 판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뚫린 신분당선은 판교 상권 활성화가 아니라 판교 직장인의 강남 상권 이용을 늘리는 효과만 불러왔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신분당선 이용 통계를 보면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 그래프 참조
지난해 판교가 속한 신분당선 1단계 구간(강남~정자)의 시간대별 이용승객을 조사해 보면, 전체 평일 평균 이용객 22만7천652명 중 출근시간(오전 7~10시) 이용객이 6만3천385명으로 집계돼 전체 시간대의 27.8%를 기록했다.
퇴근시간대(오후 5~8시)도 26.8%(22만7천652명 중 6만1천161명)였다.
결국 평일 출퇴근 시간대 신분당선 이용객이 비슷한 것은 퇴근하면 바로 신분당선을 이용해 판교를 떠난다는 셈이다.
게다가 신분당선 1단계의 주말 이용객은 13만4천265명으로, 주중의 58%에 그쳤다. 신분당선은 서울에서 판교를 오가는 출퇴근 용도일 뿐 판교 상권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지구인 테헤란로와 중심 상업지 강남역을 통과하는 '2호선'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드러난다. 2호선의 주말 이용객(114만6천679명)은 주중(168만3천885명)의 68% 수준으로 신분당선보다 10%p나 높았다.
즉, 판교와 강남은 대규모 업무지구와 상업지구가 결합됐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판교는 오직 업무지구로만 활용될 뿐 상권은 죽었다는 것이 강남과의 큰 차이점이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