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코로나까지 산단 지역상권 위기 평택 송탄산단 텅빈 음식점2
지난 6일 쌍용자동차 하청업체가 몰려 있는 송탄산업단지에서만 23년째 음식점을 운영해온 서기월(75)씨가 텅 빈 가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서씨는 이날 점심시간에 고작 1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획취재팀

자영업자들 체감 경기, 2009년 상황 비슷
산단인부들 외부 출퇴근… 쓰는 돈 없어
"쌍용차 존재해야 서민들 생존권 보장돼"

평택이 아닌, 외부에서 볼 때 2020년의 평택은 호재가 가득하다.

 

이미 조성이 완료된 진위LG전자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단군 이래 최대 투자를 한다는 고덕삼성전자산업단지(산단)가 조성 중에 있고, 평택항은 연일 자동차 수출량 최대치를 갱신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일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이 도시 안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도시 안 시민들은 입을 모아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한숨만 쉰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복순씨는 평택 AK플라자에서 일할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평택 AK플라자는 2009년 4월에 개점했는데, 그 시기가 묘하게 쌍용차 사태와 맞물렸다.

"AK 평택점은 사실 쌍용차를 보고 들어온 거였어요. 입점 매장을 모집할 때도 '쌍용차 직원들 대부분이 평택에 거주한다'는 걸 내세워 홍보했으니까요.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죠. 저는 AK에서 꽃집을 했는데, 문 열고 한 5년은 계속 힘들었어요. 그러다 2015년 후반부터 매출이 조금씩 상승했고 2017년 초반까지 괜찮았는데, 다시 안 좋아졌어요."

김씨의 이야기는 2009년 이후 쌍용차의 상황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쌍용차 사태가 끝나고 법정관리, 매각, 판매부진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고, 2015년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하며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다시 적자가 누적되며 현재 2009년 이후 최대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평택 자영업자들은 지금 체감하는 경제위기가 2009년을 전후로 겪었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사벌 상업지구는 가장 최근에 완성된 평택 최대 상업지구 중 하나다.

 

조성된 지는 2년여가 다 돼가는데, 아직 비어있는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평균 20~30% 가량 점포가 비어 있다고 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윤용덕씨는 "쌍용이 존재해야 서민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여기는 600여개 점포가 있는 큰 상업지구인데, 약 95%가 적자를 보고 있어요. 쌍용차 적자가 계속되고 주 52시간까지 적용되니까 회식도 거의 없고, 일부 조립라인은 가동도 중단된 상황이니… 월급이 줄어드니까 오히려 쌍용차 직원들이 저녁에 대리운전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종종 봤어요."

쌍용차를 대신해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평택에 들어서 지역경제가 호황을 맞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소를 터트렸다. 

 

맥주집을 운영하는 심성보씨는 "지금 삼성산단에 가 보았나. 아침 저녁으로 대형 출퇴근버스가 몇십대씩 드나든다. 

 

심지어 산단을 짓는 인부들도 외부에서 채용하니까 출퇴근버스로 태우고 다녀 여기서 쓰는 돈이 없다. 하물며 정식 직원들이 여기서 살 것 같냐. 출퇴근버스 타고 왔다갔다 할 것이 뻔하다.

 

쌍용차가 아직 평택 서민경제의 80~9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건 그 직원들이 평택사람이기 때문이다. 평택에서 살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18년 경기연구원이 연구한 '경기도 산업구조변화와 입지정책방향'을 살펴보면 반도체·의약·정밀기기 등 고위기술산업이 1인당 생산액과 부가가치 창출은 높지만 고용창출이 낮은 대신, 자동차·전기·기계·부품소재 등 중위기술산업은 고위산업보다 경기도 평균 2배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고용을 늘리려면 자동차 등 중위기술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평택의 경우 자동차와 관련한 완성업체 및 연구소, 중견기업 등이 집적돼 있어 고용창출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쉽게 말해 평택시민이 평택에 속한 대기업 직원이 되고 평택에서 소비를 해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평택시 세입 중 쌍용차 종업원이 차지하는 주민세 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 14억3천200만원이었다가 구조조정과 파업이 일어난 2009년 7억5천800만원으로 절반가량 뚝 떨어졌다.

 

그러다 2014년에는 14억7천만원으로 다시 예전 수준으로 올라오더니, 2015년부터 지금까지는 꾸준히 상승세다. 주민세는 평택시민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쌍용차와 그 직원들의 향방에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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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
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