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등 다양한 분야 23명 예술혼 터전
알바 최저임금처럼 '최저공연비' 필요
성공 사례로 젊은이들 용기얻길 바라
막 서른이 된 래퍼 조건희씨의 초년생 시절은 험난했다. 직업적으로 음악을 놓지 않으려는 청년을 세상은 존중하지 않았다. 무대 뒤 기성세대는 예술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늘 '헐값'을 불러댔고, 때론 재능기부를 강요했다.
공연에 필요한 견적서와 계산서 발행도 서툴렀던 청년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뒤로하고 스물여섯 살이던 해에 경기도 UP창조오디션에 응모, 청년문화예술팀을 꾸리겠다는 발표로 약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김포시 북변동 원도심에 '영에이엠'(0:AM)을 창업했다.
그나마 저렴하다는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창업 6개월만에 '영에이엠'은 허름한 지하층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한 달 내내 페인트칠하고 천장을 트고 조명을 달았다는 그는 "월세를 아주 조금만 받겠다고 했는데도 고민될 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영에이엠'은 청년 아티스트 23명의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래퍼·디제이·작곡가 등 음악인과 포토그래퍼, 영상디렉터, 타투이스트, 해금연주가 등 다양한 예술의 빛이 김포 원도심 뒷골목을 밤늦게까지 밝힌다.
회사 이름 '영에이엠'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영 아티스트 맙'을 함축하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닌 '뭐든지 이룰 가능성의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아티스트와 교류하다 보면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잘하는 실력자가 적지 않다"며 "단지 그들은 음악만 너무 잘한다. 자신을 홍보할 줄도 모르고 돈도 배경도 없이 음악만 좋아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대표는 1인 아티스트들이 '영에이엠'과 같은 사무실을 거점으로 날개를 펴기 원한다. 이와 함께 아티스트들의 생계안전망 구축에도 관심이 높다.
그는 "아직 우리 사회에는 아티스트를 대할 때 '무명인데 행사 불러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면서 "아르바이트도 최저임금이 있듯이 아티스트에게도 최저공연비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번화가였다가 외면받고 있는 북변동이 자신들의 처지와 겹쳐 애정이 크다는 조 대표는 "'영에이엠' 아티스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을 받으며 예술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라며 "우리 사례를 통해 전국의 청년들이 용기를 얻는다면 그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