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공터 방치 고층 오피스텔 계획
주민들, 공공시설부지 사유화 반대
총선 예비후보, 의혹 제기 등 잰걸음
市 "입안절차 잠정 보류" 입장 발표
안양평촌 시외버스터미널 부지 개발이 4·15 총선 이슈로 떠오르면서 안양시가 행정 절차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10일 안양시는 입장문을 내고 "공공부문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서 주민들과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행정적 입안절차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평촌동 934번지 시외버스터미널 부지(1만8천353.7㎡)는 지난 1993년 평촌신도시 개발 당시 일반상업용지 자동차정류장으로 시설 결정이 됐으나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시설을 짓지 못한 채 지금까지 공터로 방치돼 있다.
그러다가 최근 3년 전 이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한 건설사가 신탁사를 앞세워 지난해 12월 지구단위계획변경 주민제안을 신청했다.
자동차정류장(시외버스터미널) 용도폐지를 통해 일반상업용지(용적률 800%)에 49층 오피스텔(1천116가구)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당 부지 앞의 꿈마을 한신아파트(583가구)·현대아파트(398가구)·건영아파트(196가구)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공시설 부지를 사유화하지 말고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문화체육시설)을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에는 청와대에 이같은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송한진 한신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초고층 시설이 들어오면 교통혼잡은 물론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되고 교육환경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며 "주민의 이해를 침해하는 행정을, 시가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6일에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이 주민과 간담회를 가진 뒤 부지 민간개발이 특혜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1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정국 전 안양동안을 지역위원장이 민간개발 중지와 공공개발로의 변경을 요구하면서 "심재철 의원은 민선 6기의 잘못에 대해 눈감고 있고, 이재정(민) 의원은 현 시장의 민간개발 행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재정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최대호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 시장이 '모든 입안절차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총선 정국에 등장한 시외버스터미널 부지 개발 이슈는 일단 '보류'로 결정됐지만,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비대위원장은 "보류가 아닌 제안서 폐기 결정이 날 때까지 고삐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