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앞다퉈 배려 웃음 끊이지 않아
믿음·깔끔한 작업 입소문 단골발길
"적잖은 나이에 일할 수 있어 기뻐"
"이 나이에도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여주시 현암동에 위치한 여강참기름사업단의 최고령 어르신인 김정숙(85·오학동) 할머니는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후 집에만 있으려니 많이 우울했다. 하지만 일터에 나와 동료들과 함께 떠들고 웃으며 용돈까지 벌 수 있으니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
여강참기름사업단은 참깨와 들깨를 직접 볶아 기름을 짜 판매하는 곳으로 여주시가 새롭게 선보인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60세 이상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신청을 받고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와 여주시의 지원을 받아 첨단 설비를 갖추고 문을 열었다.
여강참기름사업단은 총 20명의 어르신이 4명씩 1조가 되어 5조로 운영된다. 주 1회 한 달 기준 2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여강참기름사업단에서는 질 좋은 국산 참기름과 들기름, 볶은 참깨는 물론 중국산 깨로 짠 기름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더불어 인근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가져오는 깨도 볶아주고 고춧가루, 미숫가루도 빻아준다. 물론 공임은 받는다.
매일 기름을 짜고 난 깻묵이 수북이 쌓인다. 이러한 깻묵 또한 따로 모아 지역 내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여강참기름사업단은 어르신들이 만드는 믿을 수 있고 깨끗한 기름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많아졌다.
여주시청 구내식당은 물론 지역 내 식당 2곳에도 납품하고 있다. 지난 설날 명절선물세트 주문도 물밀듯이 밀려와 어르신들의 손길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조금은 작업 속도가 굼떠도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 무거운 물건을 들려고 하면 서로 앞다투어 함께 들어주는 등 어르신들은 서로서로 배려하며 웃으면서 일한다.
김 할머니는 "일을 하다 보면 하나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출가한 아이들도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죠.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씩씩하게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가끔은 한 자세로 오래 일해 힘들기도 하지만 "그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 말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