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등 구성 '전담팀' 6개동 배치
기존 업무 분리… 넓은 활동폭 장점
예산 늘었지만 교통편 부족 '아쉬움'
전국 최초 '경로당 주치의제' 시행
市, 보건소 연계 '업그레이드' 예정

# 지난해 여름 의왕시 청계동주민센터에서 혈당과 혈압을 측정해주는 행사를 진행하던 날 A씨는 혈압을 측정해 주던 간호사에게 하소연했다.
내 딸이 자꾸 자살을 하려고 한다는 것.
간호사는 주민센터 복지전담팀에 이 사연을 전했다.
이에 복지플래너 장희정 주무관은 A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A씨 부부와 딸 등 세 식구가 사는 집이었다. 40대 미혼의 딸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A씨는 한 번은 딸이 없어져서 실종신고를 냈더니 자살 시도를 하고 전라도의 어느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딸은 폭식증과 알코올 중독 증세에다 우울증도 심각했다.
A씨 부부는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딸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장 주무관은 이 가정을 정신보건센터와 연결해주고 생계 및 의료비를 긴급지원 받도록 도왔다. 이후 부부의 삶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다만 딸은 상담을 거부하고 있어 최근까지도 계속 설득 중이다.

■매일 식사걱정 '빈곤층 어르신' 도움은?
# 2018년 11월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노인이 주민센터로 들어왔다.
그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장 주무관이 그의 집을 찾아갔다. B씨가 사는 약 33㎡ 규모의 임대아파트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심한 곳은 쓰레기가 1m 높게 쌓여 있기도 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 때문이 아니었다. 쓰레기 대부분이 빵 봉지와 음료수 팩, 화장지였다.
노인은 폐지를 팔아 빵과 음료수로 하루에 한 끼를 때웠다. 쓰레기봉투를 살 돈도 없었다. 주민센터가 쓰레기봉투를 제공하자 스스로 대부분의 쓰레기를 치웠다.
장 주무관은 입주청소업체와 계약해 집을 깨끗이 청소하도록 도왔다. 푸드뱅크를 통해 도시락을 지원하고 연체된 수백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는 경기공동모금회를 통해 납부해 줬다.
사랑채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도 연결해 준 것은 물론이다. B씨는 이제 말끔한 집에서 장 주무관을 맞이한다.
민선 7기 공약의 특징 중 하나는 '맞춤형복지사업' 실현이다.
찾아온 시민에게 정해진 방법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서비스 주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
의왕시도 이런 흐름에 맞춰 맞춤복지를 위한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도입과 '경로당 주치의제' 운영은 일찌감치 실현됐다.

시는 사회복지 7급 이상 경력의 공무원 가운데 6명을 복지플래너로 지정했다.
간호사도 채용해 복지플래너와 간호사, 복지 팀장으로 구성된 '복지전담팀'을 꾸렸다. 기존 복지행정 업무와 분리해 복지전담팀이 현장 방문 활동 및 사례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복지전담팀은 의왕시내 6개 동에 배치됐다. 필요한 경우 복지플래너와 간호사가 2인 1조로 위기 가정을 방문해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한다.
장 주무관은 2005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으로 채용된 이래 다양한 복지 관련 업무를 맞았다.
복지플래너를 지정할 때 시는 깊이 있는 상담과 폭넓은 지원책 마련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경력이 있는 직원을 찾았다. 장 주무관은 복지플래너 운영을 시작한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12건의 찾아가는 복지상담을 진행했다.
시 6개 동 전체로는 복지플래너의 상담 건수가 1천813건이다. 방문 간호 상담 건수는 1천156건이다. 상담자가 공적 지원을 받은 경우는 336건이다. 상담 대상은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중심으로 시 자체의 복지사각 발굴 사업,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통·반장 주민 제보 등을 통해 발굴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20~30%라고 장 주무관은 설명했다.
그는 "위기 가구의 경우 질병이나 실업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고 외부인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상담을 반복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자립을 돕는 것이 상담의 목표"라고 말했다.
장 주무관이 말하는 복지플래너의 매력은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는 데 있다.
그는 "민원대에 앉아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정해진 틀 안에서 지원할 때와 달리 민원인을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민원인을 위한 가능한 많은 지원 방법을 찾아서 연결해줄 수 있어 사회복지사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은 있다. 사회복지 예산은 크게 증가해 예산이 없어 지원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장 주무관은 말한다. 복지 대상 확대를 위해 예산만큼 중요한 것은 교통망이다.
그는 "교통편이 불편한 외진 곳에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분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복지관 등을 통해 훨씬 활동적으로 생활하게 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우울증 등 사회와 격리돼 생기는 문제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경로당 주치의제는 의왕시가 2019년 1월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의사 1명, 간호사 11명, 공무원 2명이 참여해 경로당을 순회 방문, 진료 상담 및 보건교육을 진행한다. 의왕시 110개 경로당 3천400여명의 어르신이 이를 이용한다.
지난해에 경로당주치의가 경로당을 방문한 횟수는 230여 회다. 경로당 1곳 당 2회 이상 방문한 것이다. 경로당 이용자가 대부분 70세 이상 어르신인 만큼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이나 운동방법에 관한 정보를 전한다.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경로당주치의제는 지방자치단체 예방 건강관리체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는 올해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보건소장이 한 달에 2회 경로당을 방문해 보건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고 보건소 치과의사도 경로당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시행 2년 차인 올해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경로당을 찾아온 분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주치의제를 보다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시는 또한 복지플래너와 경로당 주치의제 사업의 협업을 통해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통합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경로당을 통해 발견된 위기가정에 대해 복지플래너의 복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