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학 알리기 노력 작년 市문화상 수상
몰도바 작가연맹상·아카데미 명예회원도
"시, 인간본성서 나와 언어달라도 전달력"
수원 남창동. 카페와 공방들이 줄줄이 자리잡은 '행궁길'은 팔달산을 오르는 좁은 골목길들과 만난다.
가파른 골목길로 접어들면 양편으로 오래된 주택들이 가득하다. 그중 한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부터 빼곡하게 놓인 책장이 눈길을 끈다. 방에도 거실에도, 심지어 부엌까지 책이 가득하다.
수원 출신의 시인 최동호(72) 경남대 석좌교수가 고향 수원에 마련한 소박한 보금자리다. 낡은 집이지만 문학에 대한 최 교수의 열정과 고집이 물씬 느껴진다.
최 교수는 최근 몰도바공화국 작가연맹에서 주관하는 '2019 문학과 예술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루마니아어로 번역해 펴낸 시선집 '빛나는 조각상'이 몰도바에서도 출간되면서 현지에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과 동시에 최 교수는 몰도바공화국 과학문화예술아카데미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언어가 달라지면 애초 작품에 담았던 의미와 정서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어떤 언어로 표현하든 듣는 이에게 전달되는 힘이 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201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공식 초청을 받을 만큼 세계적으로 문학적 가치와 열정을 인정받아왔다.
최근에는 작품집 해외 출간도 속속 이어가면서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어와 이탈리아어로 작품집이 출간된다.
7년전 고려대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그는 곧바로 고향 수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수원에는 새로운 문학의 싹이 자라났다. "이곳 남창동 일대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지요. 늘 그리며 살았던 이곳 수원에 문학의 씨를 뿌려 꽃을 활짝 피워내는 것은 제가 평생 꿈꿔온 일입니다."
최 교수는 수원으로 돌아와 먼저 남창동에 '시 창작 교실'을 열었다. 고향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창작의 기쁨'을 선물로 전한 셈이다.
이어 '화성행궁 수원시인학교'와 '전국 시인대회'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수원문인협회와 함께 '수원화성 KS 세계시인 낭송 축제'를 열어 수원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수원시는 이런 최 교수의 노력에 지난해 연말 수원시문화상을 수여하며 감사를 표했다.
"70이 넘은 나이에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시에 대한 탐구는 힘이 다하는 날까지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삶의 이유이고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요즘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랩과 시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사실 노래와 시는 근본이 같아서, 노래가 시가 되고 시가 노래가 되어 왔어요. 랩이라는 것도 표현하는 형식만 다를 뿐이니, 시와 좋은 어울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문학행사를 통해 남다른 실천력을 선보여온 최 교수는 "곧 좋은 방법을 찾아내 젊은이들에게 문학적 감동을 선물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