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교수2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특보단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관련 업무는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유사시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만큼, 감염병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한 조직을 갖추고 인구·경제규모와 맞는 예산을 확보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플루 당시 스승과 참여 '시작' 메르스 대응 대통령 표창 받기도
기존 병원업무에 정책 보조·국민 정보 제공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
초기 적절한 진단·치료로 '관리 가능'… 고위험군 감염 차단에 '신경'
질본 '승격' 권역별병원 방역 운용 효율… '유사시 손실' 예산 확충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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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관리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특보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엄중식(53)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관련 업무는 뭔지 모르는 적과 싸워야 하는 일인 만큼, 더욱 체계를 갖춰 유사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엄중식 교수는 "미국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국가 안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개념으로 준비를 한다"며 "우리도 그런 전문적이고 특별한 조직은 물론, 인구와 경제규모에 맞는 관련 예산을 확보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교수2

■ 신종플루·메르스의 경험이 코로나19 대응 토대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의 감염병 관련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발생 초기엔 청와대를 찾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엄 교수는 "기존 병원에서의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각종 자문 활동 등을 하느라 하루 2~3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책 자문과 동시에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도 맡게 돼 두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엄 교수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상황 당시, 스승인 김우주 고려대 교수와 함께 정부 대응 업무에 참여한 걸 계기로 감염병 유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 자문 등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상황이 끝난 뒤엔 '메르스 대응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엄중식 교수는 '메르스'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인천시가 운영하고 있는 감염병 관리지원단 등 지자체 차원의 감염병 조직이 만들어지고 민간의료기관에 음압병실이 추가로 구축되는 등 메르스가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또 그때의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대응의 주요 토대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원인불명의 폐렴 발생을 발표하자 질병관리본부는 위기대응총괄과를 중심으로 국내 영향 분석을 시작했고, 검역 강화, 환자 발견, 접촉자 확인 등 초기 대응을 했다.

 

확진자가 일정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감염 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고 선별진료소와 국가지정관리병상 등을 운용하도록 했다. 

 

이런 체계적 대응의 출발점에 역설적으로 '메르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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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근로자·유학생 입국 많은 시기… 잘 관리해야


엄중식 교수는 중국 춘제가 끝나고 중국 근로자와 유학생의 입국이 집중되는 2월말을 전후해 국내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사례처럼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전 태세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가 초기엔 중국 우한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높고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생각이 됐지만, 우한이 아닌 지역에선 사망률이 낮게 나타나는 등 다방면으로 검토했을 때 바이러스 자체에 의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감염 초기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있다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감염병이라는 설명이다. 

 

엄 교수는 "진단과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고, 영유아나 노인, 만성질환자, 암환자, 장기이식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군이 감염되지 않도록 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엄 교수는 단 "이번 코로나19가 사라질 병인지, 토착화할 병인지, 매년 주기적으로 유행할 병인지에 대해선 아직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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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방역체계 보완 필요


엄중식 교수는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의 방역 보건 대책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했다.

엄 교수는 우선 질병관리본부를 전문가로 구성되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국가 방역과 보건 분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수년째 추진되지 않고 있는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을 비롯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기도 수월해지고, 국가방역체계는 물론 민간 의료기관들이 갖춰야 할 감염병 대응체계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엄 교수는 강조했다. 

 

감염병 환자들을 보낼 곳이 없어서 민간 의료기관에 보내야 하는 상황도 예방할 수 있다.

엄 교수는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구규모와 경제수준을 고려한 예산 책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 대응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엄 교수는 "전쟁이 꼭 일어나기 때문에 안보·국방 예산을 그렇게 많이 확보해 두는 게 아닌 것처럼 감염병 분야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감염병 분야도 미리 투자를 해놓지 않으면 유사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국가 방역체계와 의료체계를 계속해서 보완하지 않으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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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침예절·손 위생 챙겨야


지난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확인 이후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고 각종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지나칠 만큼 걱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엄 교수는 "지역사회 유행이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동조치 등이 제한되는 중국의 우한처럼 일상이 파괴될 정도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감염에 주의하면서 통상적으로 생활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쌓이고, (당국이) 대응책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평상시대로 생활하면서, 기침 예절과 손 위생에 신경을 쓰고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관련 정보에 귀 기울이는 정도의 관심을 유지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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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엄중식 교수는?

▲학력

고려대 의학박사

▲약력

현 가천대 길병원 기획조정실장

현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

현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감염분과 위원장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위원

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전 가천대 길병원 교육수련부장

전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분과장

전 강동성심병원 기획조정실장

▲수상


메르스 대응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

보령의료봉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