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이 고열' 문자에 긴급상황
병원 2곳서 진료 '단순 목감기' 안도
"가족들 '해제 판정'에 고마울 따름"
"정말 다행입니다. 힘들었던 자가격리생활을 견뎌주신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 이상 코로나19 확산없이 다들 무사히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정순(48) 부천시 환경사업단 수도행정과 수도행정팀장은 2주간 자신이 담당했던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가족이 무사히 해제 판정을 받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윤 팀장이 자가격리자 담당자로 정해진 건 지난달 30일. 그가 담당한 자가격리자는 잠깐 들렀던 부천역 이마트에서 12번 확진자의 뒤에서 계산을 했던 30대 초반의 주부다.
자가격리자 담당자는 하루 세 번(오전 10시, 오후 2시·5시) 자가격리자와 연락을 하고 그 가족의 건강상태까지 파악해야 한다.
윤 팀장은 자가격리자와 통화를 하다 2~3살 된 아들과 딸들도 마트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긴급하게 시보건소에 알렸으나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CCTV에 아기들 모습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재차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보건소는 뒤늦게 두 아기도 자가격리 대상자에 포함 시켰다. 유모차를 카트로 잘못 판독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가격리된 엄마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한 아이가 코감기에 걸려 있었는데 약이 다 떨어졌다는 것. 감기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살 수 있는데 난감했다.
물품 담당자는 지원인력이 없다고 하고 보건소도 인력이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윤 팀장은 고민 끝에 '출장'으로 처리하고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산 후 자가격리자 집 현관에 갖다 줬다.
며칠 지나 또 새벽에 문자가 왔다. 긴급 상황이었다. 아이가 열이 37.8도가 넘었다고 한다. 순간 아이도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보건소에 문의했다.
엄마가 자가격리된 상황이어서 보건소 구급차로 아빠와 아이가 순천향병원을 거쳐 성모병원 선별진료소로 갔다. 1시간가량 가슴 졸이며 기다린 결과는 단순 목감기란다.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 팀장은 주말에도 자가격리자와 짧게는 10~20분, 길게는 40~50분씩 통화를 했다. "통신비 지원이요? 그런 거 없어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인데요."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30대 주부가 "너무 고마웠다"며 커피라도 사겠다고 했지만 윤 팀장은 "당연한 일을 했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SNS로 치킨을 선물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시 공무원 중 6급 팀장급 60여명이 윤 팀장과 같은 역할을 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천/장철순기자 s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