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승소 사례에 전체 15% 참여
"지역업체들 공유 생계곤란" 주장
사측 "검증은 사실 취업방해 아냐"


법원판결에 따라 체불임금 지급소송을 제기한 택시기사들이 이직 길이 막혀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대법원전원합의체는 지난해 4월18일 택시회사와 노조가 근로시간을 2시간30분으로 정한 것에 대해 최저임금법을 잠탈할 목적으로 보고 노사의 임금협상이 무효며 근로행태가 달라진 것이 없으므로 기존의 근로계약(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6시간40분~7시간20분)을 적용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택시 회사들이 최저임금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자 기존 고정급 30여만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고정급을 최저임금으로 나눠 근로시간을 2시간30분으로 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결에 이어 안양에서는 관련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법무법인 시민에 따르면 자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안양시 택시기사만 200여명으로 전체 1천358명 중 15%에 이른다. 기사들은 이들의 명단을 관내 회사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모(75)씨는 안양에서 6명의 동료와 가장 먼저 택시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재 택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같이 소송을 제기한 서모씨는 개인택시로, 김모씨는 택배로, 고모씨는 버스로, 황모씨는 철조공으로 각각 일하고 있다"며 "개인 사정이 있어 회사를 떠난 뒤 다시 택시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모(49)씨는 나이가 젊고, 사고 없고, 사납금 한번 밀린 적 없고, 결근 없는 택시업계의 '에이스'였지만 소송에 참여한 뒤 모든 회사에서 입사를 거절당하며 대리기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최씨는 "이유를 모를 이직 거부에 대해 묻자 이력서를 전한 지인이 '소송 중이어서 못 뽑아주겠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문씨는 "법인택시회사의 택시가 기사가 없어 쉬고 있는데도 기사들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소송참여 이외에는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안양시에 따르면 1월 현재 19개 법인택시회사에 등록된 차량은 1천33대며 이중 10%가 넘는 154대가 휴업신고됐다.

이에 대해 S택시 회사 측은 "당시 6시간40분 분량의 최저임금을 주려면 사납금을 더 내야 하는데 사납금 증가를 싫어한 노조가 반대해서 2시간30분으로 고쳐진 것이었다. 이제 와서 시급을 계산해서 내놓으라는 건 이치에 맞지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안양 관내 모든 택시회사가 소송을 진행 중이라 택시를 했던 사람이라고 하면 예민하게 바라보고 검증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것은 고용주의 당연한 권리일 뿐 취업방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