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기관 5%·병상 10% '미미'… 보건의료 민간보다 '공공' 중심돼야
돈없고 오갈데 없는 서민 보살피는 인천의료원 접근성 나쁜 위치 지적
입국자 90% 인천 통해 유입 불구 제대로 된 감염병 전문병원 없어
바이러스와 전쟁, 혐오·차별·종교·정파싸움 누구에게도 도움안돼

인천시의료원 조승연(57) 원장은 "보건의료는 학교, 주택, 도로, 환경, 국방, 치안 등과 마찬가지로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으로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보건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해 모든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에서 공공의료가 담당하는 영역은 기관수는 5%, 병상수는 10%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가의료의 대부분을 민간의료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공공성이 크게 약해진 실정"이라며 "국가시스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보건의료는 민간의료보다는 반드시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시의료원을 이끌고 있는 조 원장은 의사로서 민간의료 영역보다는 공공의료 영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공공의료 전문가다.
30여 년의 의사 인생 가운데 3분의 2인 20년을 공공의료 영역에서 활동했다. 그의 이러한 경험은 각 지역 공공의료기관 35곳의 협의체인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의 회장을 맡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조 원장은 공공의료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몸담아 보니 적성에도 맞았다"면서 "전문가인 의사가 정책을 다루고, 공무원과 관료를 상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어서 나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천과의 인연은 그의 서울대 의과대학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졸업 이전까지 그는 열우물로 불리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 달동네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 빈민운동에 몸담으며 운영했던 '햇님방'도 그때 함께 활동하며 알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을 거쳤고, 2001년까지 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태훈 가천대 길병원 의료원장이 당시 조 원장의 스승이었다고 한다.
2001년 이후에는 최근까지 인천적십자병원과 인천의료원, 성남시의료원 등을 거치며 공공의료 영역에서 활동했다.
조 원장은 인천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열악한 공공의료 현실을 직시할 때마다 아쉽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인천시의료원의 경우 위치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인천시의료원은 자가 차량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다.
조 원장은 "과거 공공의료라는 것을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것으로 생각해 교통여건이 열악하고 접근성이 나쁜 곳에 대충 적당히 자리를 잡게 된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가 비정상적인 예로 지하철에 도배된 병원 광고를 들었다.
그는 "만약 병원 의료광고를 단속하면 지하철 광고판이 다 텅텅 비어있을 것이다. 지하철에 병원 광고가 걸리는 곳은 모든 나라를 통틀어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정부가 잘못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창피한 일이다. 국가 의료체계 중심에 공공의료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조 원장은 특히 공항과 항만을 갖춘 도시 인천은 그 어떤 지역보다 공공의료의 기능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감염병 측면으로만 살펴보더라도 인천에는 공항과 항만이 있고, 우리나라 입국자의 90%가 인천을 통해 들어온다는 통계도 있는데, 사실 제대로 된 공공병원 하나 없다"면서 "영종도에 공항이 있음에도 비행기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이 한 곳도 없고, 감염병이 들어오면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 하나 없다"고 했다.
그는 "엄연히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 역할이 다르고 큰 차이가 있다. 공공의료는 예를 들면 전쟁에 나갈 군대와 군인을 키우는 것"이라며 "인천이 감염병과 대형 재난에 무엇보다 중요한 도시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의료원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기록된 중국인 환자를 완치시켜 무사히 본국으로 돌려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확산 현상은 취약한 공공의료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며 감염병이 창궐하지 않는 시기에도 많은 이들이 손해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공공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 원장은 "5년 전 메르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지금처럼 질병관리본부를 격상시키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많은 이들이 떠들어댔지만 바뀐 것은 없다"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번에도 또 헛구호에 그친다면, 이건 국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금의 이 위기도 극복하려면 모두가 이번 사안에 집중해 함께 노력하고 서로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잘 치러내는 것인데, 국민이 모두 단결하고,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준다면 이 위기는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사람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데, 사람끼리 싸우고 있다"면서 "무언가 트집을 잡고, 지금의 상황을 누구 탓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하고, 다른 종교끼리, 정치적 정파끼리 싸우고 있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 입국을 막으라고 했지만 결국 한국인이 입국을 거부당하고,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고집하더니, 대구 폐렴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남한테 상처 주지 않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서울대 의과대학시절 인천서 봉사 인연
빈민운동 '햇님방' 활동
인천적십자병원·성남의료원 근무
첫 코로나19 확진자 중국인 무사 완치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학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주요경력
현 인천의료원 원장
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전 성남시의료원 초대원장
전 인천적십자병원 원장
전 가천대 길병원 외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