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남초, 이웃 항의에 공사중단
귀인초도 주민과 의견 달라 갈등
교육지원청 "학생안전 양해구해"

안양 관내 초등학교들이 체육관 증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한 뒤에도 조망권을 놓고 주민 반대에 부딪혀 공사에 애를 먹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안양남초등학교는 지난 2월3일 운동장 부지에 연면적 957.17㎡, 높이 13m 규모의 다목적체육관 증축공사를 시작했다. 시 예산 7억6천600만원을 포함해 29억300만원을 들여 오는 8월16일 준공하면 인근 주민들의 생활체육시설로도 이용된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2월20일 이후 주민들 항의로 공사를 중단했다. 안양남초와 담장을 이웃한 샘마을 우방아파트 주민들은 같은 달 27일 학교 측에 체육관 부지 위치를 바꿔 달라며 주민탄원서까지 제출한 상태다. 우방 488세대 중 335세대가 탄원서에 서명했다.

주민들은 체육관이 아파트 조망권을 침해하는 데도 주민들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주민피해를 줄이는 대체부지(본관 건물 쪽)로의 추진을 요구했다.

권준성 체육관이전 우방비상대책위원장은 "종전에 누리던 조망권을 빼앗는데도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특히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부지가 있는데도 학교 측이 현 부지를 고집하는 것은 교장이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으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덧붙여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대체부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주민들이 제안한 부지는 가로 길이가 짧아 표준 체육관 면적(가로 20m×세로 40m)이 나오지도 않고, 그마저도 본관 건물에 붙여야 해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이 너무 좁아 화재 등의 재난 상황에 불리하다는 이유다.

또 신규 체육관을 비좁게 짓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져 교육공동체(학생, 교사, 학부모) 합의를 거쳐 현재 운동장 부지를 낙점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체육관 규모가 작아 주민 의견을 청취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안양남초만이 아니다. 동안구 평촌동 귀인초등학교도 '조망권 침해'라는 주민 의견과 학생들의 안전 문제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학생안전을 위주로 선택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아파트 저층의 경우 별도 건물이 들어서면 창문을 가려 조망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학교 측은 "기존 건물 5층에 체육관을 설치하면 외부인의 출입 통제가 어렵다"며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학교가 체육관을 운동장에 짓는 데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아이들 안전을 위해 별도 증축 하기로 했다"며 "1~2개월 내에 공사에 돌입하면 마찰이 빚어질테지만 별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황경태 안양남초 교장은 "주민 입장에서는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안전이 우려되는 결정은 할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주민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