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사별… 조리법 이어받아 재탄생
방송사·유명 연예인·유튜버 '엄지척'
"힘들지만 손님들 맛있게 먹어 행복"
"우리 아저씨가 하던 맛 그대로야. 45년을 옆에서 봤잖아."
수원 행궁동에서 자그마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오정임(73)씨는 45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했다.
15살 때부터 배달을 시작하며 65년간 중식조리사로 외길인생을 걸었던 남편을 만난 덕분이었다. 남편은 음식을 하고 아내는 재료 손질과 서빙 등을 담당하며 부부는 45년간 척척 호흡을 맞춰왔다.
오랜 시간 부부가 흘린 땀은 고스란히 음식에 스며들었고 65년 경력 남편의 손에서 탄생된 탕수육은 입소문을 타며 널리 알려졌다. 방송사와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수많은 유튜버들이 다녀가며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우곤 했다.
오씨는 "점심땐 사람들이 줄을 얼마나 서는지 다 팔고 재료가 동나서 돌려보낸 적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 전설의 탕수육은 자취를 감췄다. 한동안 가게 문도 닫아야 했다.
오씨는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니까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문을 닫았는데, 그래도 아예 접을 순 없다는 생각에 다시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이때부터 홀로 주방에 섰다. 처음 잡아보는 웍과 거센 불길이 익숙지 않았던 탓에 그의 팔뚝 곳곳에는 불에 덴 자국이 선명했다.
그렇게 주방장의 무게감을 체감하며 45년간 어깨너머로 배운 내공을 밑거름 삼아 조리를 시작했다. 탕수육까지 하기엔 여력이 없어 짜장면과 짬뽕 등 식사 위주로만 했다.
전설의 탕수육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탕수육이 다시금 메뉴에 등장했다. 홀로 가게를 지키는 어머니를 위해 장성한 두 아들이 교대로 일손을 돕기 시작했고 덕분에 하루에 7그릇 정도 탕수육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됐다.
몸은 고되졌지만 자신의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오씨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오는 사람들마다 탕수육, 탕수육 하는데 어쩌겠느냐"며 "내가 한 게 더 맛있다고 하더라"라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편은 떠났지만 전설의 탕수육은 아내의 손을 통해 되살아났다. 오씨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게 좋은 거지 뭐. 힘닿는 데까진 계속 할 생각"이라며 환히 웃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