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상자 검사 보호장구 소독 철저
보건소선생님들 화장실 갈 틈없어
"일손 지원 요청 누구나 응했을것"
"연락받은 사람들은 복잡한 생각 없이 현장에 왔을 거예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이경희 과천시장애인복지관 간호사는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과천시보건소로 자원봉사를 나가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도왔다.
과천시는 시민 중에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지난달 16일 예배에 참석한 교인 명단 1천33명을 확보해 전수조사를 마치고 유증상자 500여명의 검체 채취를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선별진료소가 2개 더 설치됐지만 하필 그때 보건소 의사가 사직하는 바람에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시 사회복지과는 응급으로 산하기관 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당시 시의 요청에 응한 의료진은 의사 1명과 이씨를 포함한 간호사 3명. 이씨는 "마침 장애인복지관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업무를 쉬고 있어 호응할 수 있었을 뿐"이라며 자원봉사에 무게 싣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보건소 담당의조차도 검체 채취와 행정 등 일의 강도를 견딜 수 없어 그만두는 상황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일에 나서기란 쉽지 않았다. 이씨 역시 현장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몰려왔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검체 채취하고 간호사가 그 뒷일 일체를 도와요. 간단한 일 같지만 1인당 20분 정도가 걸려요. 유증상자분들이라 검사할 때 기침을 해서 방어를 위해 꼈던 보호장구를 갈아입느라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한 분 끝나고 갈아입고, 한 분 끝나고 또 갈아입고…. 다음 검사자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 소독도 합니다. 드라이브스루가 생기고 나서 보호장구 교환이 간단해지면서 시간이 좀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한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이 고작 10여명. 지난달 28일께 본격화된 신천지 신도들 검사로 인해 보건소 직원들은 밥맛을 느낄 기력도 화장실 갈 의지조차 없었다.
"보건소 선생님들이 아랫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화장실을 못 갔어요. 워낙 사람들이 몰려드는 데다 보호장구 일체를 벗어야 해서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김밥, 컵라면 등 후원품을 먹는데 입이 너무 깔깔해 입맛도 없어요. 봉사하기로 결정하고 시간과 날짜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 온 시간이 밤 11시25분. 보건소 선생님들은 그 시간까지 퇴근도 못했던 거예요. 이렇다 보니 정신이 없어 보호장구를 잊는 경우가 허다해 서로가 확인해줬죠."
이씨는 "이번 일을 위해 일주일 일정을 빼놓았는데 다행히 하루 검사 건수가 줄면서 자원봉사가 필요 없어졌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신천지 신도 3명을 확인한 뒤로 8일현재 환자 숫자가 늘고 있지 않다. 신천지 신도들도 자가격리는 해제된 채 능동감시체계로 전환됐다.
이씨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신종'이라 정보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선방했듯 모두의 합심으로 이 위기가 얼른 종식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