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범계역 주변 상가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업장마다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연합회, 市에 경영 지원책 요청
"유동인구 13만 범계역도 위기"
"주류판매 반토막, 임대료 부담"


경기남부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안양 범계역 일대의 소상공인들이 경영위기에 시달림에 따라 긴급 생계비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광석 안양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0일 안양시 기획경제실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와 성남시, 화성시 등의 지자체가 잇달아 긴급생계비 지원을 결정한 만큼 안양시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안양시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안양 범계역 일대의 소상공인들이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범계역 상권에서 7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임찬수 대표는 "지금이 IMF(외환위기) 당시 보다도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식당의 주요 고객들인 인근 회사 직원들이 점심을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임대료 등 식당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매출 유지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최고의 상권이라지만 다들 문만 열고 있다. 사람이 모이질 않으니 매출이 있을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인 지난 20일 저녁, 하루 유동인구 13만명을 자랑하는 범계역에서 교통체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역을 둘러싼 일방 통행길에는 주차를 기다리는 차량이 줄을 지어겠지만 이날은 주차 공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한 공영주차장 관리자는 "코로나19 이전 보다 차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고깃집을 가리켰다. '줄 서서 먹던 곳'이라고 소개받은 음식점에는 대기고객 관리 기계가 있을 뿐 테이블 16개 중 11개가 텅 비어 있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범계상권의 20㎡ 상가 월 임대료가 높게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670만원에 이른다.

상인들은 금요일 저녁같은 황금시간대에 150~200만원은 팔아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주류회사는 "한달 사이 범계역 주변의 주류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동네보다는 대형상권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현과 평촌1번가연합회 회장은 "노래방, PC방 등에 취한 행정조치가 곧 음식점 등 기타 업종에도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지금의 어려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세금인하와 초저금리대출 등의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여서 '생존'할 수 있게 현금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