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김호곤 단장 인터뷰6
26일 오전 김호곤 수원FC 단장이 구단마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선수 시절과 지도자 시절을 경험한 김호곤 수원FC 단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감독과 선수단에 소통하는 단장이 되어 명문 시민구단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수원FC 단장 1년차… 8위 그쳐
감독 양해받고 '선수단 스킨십'

실업팀 입단후 '연세대 유니폼'
"하루도 그냥 보낸 적이 없어"

올림픽 감독 역임·AFC상도
행정가 변신후 다방면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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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과 지략, 인격, 거기에 자신만의 철학을 지닌 인물만이 레전드라는 칭호가 따라붙는다.

우리나라 스포츠에도 레전드가 많다. 축구와 야구를 비롯해 농구, 배구, 양궁, 마라톤, 체조, 수영, 복싱 등 다양한 종목에서 대한민국 스포츠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들이야말로 'The 레전드'다.

경인일보는 레전드를 찾아 그들만의 스토리를 담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지난 50여년 간 축구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 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대표팀 주장도 맡았고 은퇴 후 프로축구 지도자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축구계의 산증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근데 아직도 그는 목말라 있다. 축구 행정가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The 레전드는 바로 김호곤(69) 프로축구 K리그2 수원FC 단장이다.

26일 수원FC 단장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지난해 2월 수원FC 단장으로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김 단장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기자들이 찾아와 기쁘다"며 반갑게 맞아준 뒤 "단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 나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 리빌딩은 올해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 코치·감독을 지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 감독,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행정가로 변신한 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전무이사·부회장·기술위원장 등 다방면에서 한국 축구의 기반을 다졌다.

김 단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이후 2005년부터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맡았다. 그때는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고 선수, 지도자들이 모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며 "한국 축구가 빛을 발한 것도 바로 이 시기부터가 아니었나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FC 단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김 단장은 "협회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며 "다행히 수원FC 단장을 맡게 돼 수원시민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단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러 아쉬움이 있다. 올해는 수원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단장은 구단을 총괄한다. 선수단 운영부터 프런트 사무까지 관리·감독하는 게 그의 임무다. 김 단장은 "지난해 내가 부임했을 때 팀이 이미 세팅된 상태였다. 그래서 팀 화합을 위해 그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팀 성적에 대해선 단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수원FC는 지난해 K리그2에서 최종순위 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올해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우선 '선수단 모두의 소통'에 집중한다. 선수 영입 과정에서 김도균 감독, 최동욱 사무국장, 이헌영 전력강화팀장과 치열하게 논의한다.

그는 "선수 영입의 최종 결정은 단장이 아닌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단장과 사무국장, 감독 등이 모두 선수 출신이기에 기술적인 측면을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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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 단장은 김 감독의 양해를 구해 선수들과 소통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전술보다 축구의 흐름에 대해 얘기한다. 4-4-2, 3-5-2 포메이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흐름을 끊지 않고 항상 선수간 삼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역습과 압박에 대해 설명한다"며 "특히 선수들의 인격에 대해 교육한다"고 전했다.

김 단장과 김 감독의 사무실은 가깝다. 이는 김 감독과 꾸준히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김 단장은 선배로서 쌓은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늘 절제한다. 조언이 지나치면 잔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단장이라는 자리가 구단의 총 책임자 역할이지만 선수들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감독과 상의하면서 선수들의 인격을 얘기한다. 언론에서 축구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한 뒤 선수들에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축구 인생은 벌써 50년이 넘었다. 1968년 부산 동래고 3학년 재학 시절 본격적으로 축구에 입문했다. 하지만 대학 꿈을 잠시 접었다.

고교 졸업 뒤 1969년 실업축구 상업은행에 입단한 것.

2년을 보내며 훈련에 몰두했고 마침내 연세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 단장은 "하루를 그냥 보낸 적이 없었다. 1970년 청소년대표로 발탁됐고 1년 뒤 꼭 가고 싶던 연세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코로나19로 올해 프로축구 개막이 연기됐다.

김 단장은 "나는 지도자 생활을 오래 했다. 그것도 감독이 아닌 코치를 많이 했다. 내 경험을 살려 수원FC가 사랑받는 명문구단이 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가겠다"며 "코로나19로 위기상황인데 우리의 저력은 바로 국민들이다. 슬기롭게 잘 극복해서 다시 세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자신의 레전드 칭호에 대해 "나보다 더 잘난 분들이 많다. 나를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많은 레전드들이 경인일보를 통해 소개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창윤·송수은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