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01000032800000081

1992년 신공항 명칭공모 '세종' 최다 득표
서울·아리랑 등에도 밀려 '인천' 8위 불과
1995년 '영종' 결정… 시민단체 반대 운동
"변경" 60만명 요구 서명… 현재 이름으로

2020040101000032800000085
인천국제공항이 지난달 29일 개항 19주년을 맞았다.

 

문을 연 지 19년,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들은 그렇게 '인천'을 기억한다. 

 

그래서 공항의 이름은 '이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세계 각국의 공항 이름은 그 소재지 명칭이나 그 나라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따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은 인천공항처럼 도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인천'이라는 이름표는 쉽게 단 게 아니다. 인천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인천국제공항 명칭 논의가 시작된 건 1992년부터다. 1990년 영종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된 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1992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공항 명칭 공모를 실시했다. 공모 결과 586종, 1천644건의 이름이 모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참여자가 너무 적었다. 1천644건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101표를 받은 '세종공항'이었다. 

 

국제공항인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인 세종대왕의 이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2위는 70표를 얻은 '서울공항'이 차지했고, '아리랑공항', '새서울공항'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공항'은 8위(30표)에 그쳤다. '영종공항'이 6위(54표)로 인천을 앞선 게 눈에 띈다.

공모 결과가 발표되자 인천 지역이 들끓었다. 인천시의회가 신공항특별위원회를 꾸려 1992년 7월부터 신공항 명칭에 '인천'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지명이 배제될 경우, 신공항 건설 저지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했다. 

 

국내 최대 공항이 건설되는 땅인 '인천'을 상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듬해 정부는 공모 당선작 없이 ▲인천공항 ▲세종공항 ▲서울·영종공항 등 3편의 가작만을 발표했다.

연중기획
2007년 1월 18일 오전 인천 송도라마다호텔에서 '인천국제공항 명칭변경 추진관련 대책 간담회'가 열렸다. '인천지역경쟁력강화를위한범시민협의회' 주최로 진행됐으며,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 박창규 시의회 의장, 김정치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지역 국회의원 및 기관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경인일보DB

1995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의 명칭 결정을 앞두고 경인일보는 신공항의 명칭으로 '인천국제공항'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에 실었다. 

 

1995년 1월 23일자 신문을 보면, "'인천과학아카데미' 대학 등 학계에서도 인천의 국내외적인 인지도, 지역 이름을 따르는 공항 명칭의 통상적 기준, 영문 발음·표기상의 문제, 주민 여론·지역 정서 등을 고려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인천의 경우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등으로 국내·외적 인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영문 표기상으로도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다른 후보인 세종은 외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데다 지역 대표성이 없고, 영종의 경우 발음 및 표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은 1995년 1월 26일, 공항명칭 선정 심사위원회를 열고 신공항의 명칭을 '영종국제공항'으로 정했다. 영종이라는 이름이 건설 초기부터 널리 알려졌고, 지역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인천 시민들은 '인천'이라는 명칭을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해 4월, 인천기독교연합회총회·인천YMCA 등 시민 단체들은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영종국제공항' 명칭 제정에 반대했다.

 

1995년 4월 19일자 경인일보에는 "시민 자존심 '영종' 용납 못해"라는 제목의 위원회 창립총회 개최 기사가 실렸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당시 심정구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심상길 인천시의회 의장, 최기선 전 인천시장, 이종인 인천상의 부회장 등 50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해 인천국제공항 명칭 제정을 촉구했다. 

 

이때 최기선 전 시장은 1994년에 터진 '북구청 세무비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 있던 상황이었다.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인천 시민 동의까지 받았는데, 이에 서명한 시민이 약 60만명에 달했다. 당시 인천시의 인구가 약 235만명(KOSIS 국가통계포털 기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민 4명 중 1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위해 적극 나섰던 셈이다.

신공항 명칭은 당시 초대 민선시장 선거를 앞둔 후보들에게도 최대 현안이었다. 

 

초대 민선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최기선·신용석·강우혁 등 3명의 후보는 영종국제공항으로 정해진 이름을 '인천국제공항'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건설교통부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의 결정을 뒤집고 1996년 3월 21일 수도권 신공항의 명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확정, 발표했다. 

 

건설교통부는 전 세계 공항의 90% 정도가 지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공항이 소재한 인천시의 이름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영종국제공항'은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발음도 어려워 피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로 신공항을 둘러싼 명칭 공방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세종국제공항 명칭추진위원회'까지 꾸려 명칭 선정 이후에도 공항명 변경을 주장했고, 인천 지역 사회도 이에 대응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바꿀 수 없다고 맞섰다.

연중기획
경인일보 1995년 1월 23일자 1면에는 "영종도건설 신공형 명칭, '인천국제공항' 바람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인천의 국내외 인지도, 지역이름을 따르는 공항명칭의 통상적 기준 등을 고려해 인천국제공항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항을 1년여 앞둔 2000년 건설교통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공항명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제출해 마무리 지었다. 

 

현재 인천을 오가는 모든 항공권에는 인천국제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공항코드인 'ICN'이 표기돼 있다. 인천 영문(INCHEON)의 알파벳 첫 글자인 I와 중간의 C, 마지막 N의 조합이다.

2006년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계진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바꿔야 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인천의 90여개 시민단체는 '인천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시민협의회'를 구성해 이런 움직임에 맞섰고, 다시 한 번 '인천국제공항'을 지켜냈다.

'서울 인천국제공항' 소재지 국제표기 논란
市 제외 요구에도 아시아나 안내방송 유지
세계 4만여개 공항 대부분 '지역명칭' 사용
"이름짓기도 서비스상품 브랜딩 과정 일부"


56.jpg
인천국제공항 전경. 활주로 인근에는 인천국제공항을 나타내는 'INCHEON'이 표시돼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2011년부터는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발간하는 항공정보간행물(AIP), ICAO, IATA 등에 '서울'로 등록된 인천국제공항의 소재지를 인천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시가 강서구에 있는 김포공항의 이름을 서울공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 공항 이용 승객이 많은 중심 도시의 이름을 소재지로 명시하는 것이 국제 관례라며 ICAO 등에 서울을 인천국제공항의 소재지로 등록한 바 있다.

 

소재지는 서울, 공항명은 인천국제공항인 '서울 인천국제공항'이 된 것이다. 인천시는 국내 항공사에도 '서울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안내 방송에서 '서울'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가 이를 수용한 상황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대부분 저비용항공사 역시 서울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인천국제공항으로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인천국제공항'으로 안내 방송하는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인천시는 올해 아시아나항공에도 재차 안내방송 변경을 요구할 계획이다. 

 

인천시 항공정책팀 권정은 주무관은 "인천은 인구 300만에 경제자유구역까지 형성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외 교류가 많아져 서울로 안내할 경우 인천을 찾는 외국인들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올해 하반기, 이 같은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다시 한 번 서울이 아닌 인천국제공항으로 안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장기적으로 해외 항공사에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도쿄 나리타공항이나 하네다공항처럼 IATA 등에 등록된 소재지와 공항명을 함께 안내하고 있는데, 인천국제공항도 이와 같은 경우"라며 "안내방송에 서울도 함께 방송하는 것은 오히려 고객에게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 대부분 공항이 인천국제공항과 같이 지역 이름을 공항명으로 쓰고 있다. 

 

리나라의 경우, 17개 모든 공항의 이름이 지역명으로 돼 있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등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경인일보DB

라이트 형제가 1909년 미국 메릴랜드 주에 건설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항으로 알려진 '칼리지 파크(College Park)' 공항도 지역명을 공항 이름으로 정했다. 

 

'칼리지 파크'는 메릴랜드 주 중부 지역 이름이다. 북한의 주요 국제공항인 '평양 순안국제공항'도 지명을 활용했다.

유명인의 이름을 딴 공항도 적지는 않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경우, 1948년 개항할 때는 뉴욕국제공항으로 지명을 공항 이름으로 정했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케네디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1963년 명칭을 변경했다. IATA 공항코드도 현재는 이름의 약자를 딴 'JFK'로 쓰고 있다.

영종도와 같이 섬에 건설돼 그 섬의 이름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홍콩의 국제 관문인 '홍콩 첵랍콕(Chek Lap Kok) 국제공항' 등이다. 첵랍콕은 홍콩의 서부 해역에 있는 섬으로, 1998년 개항과 동시에 섬 이름을 공항명으로 쓰고 있다.

한국항공대 이상학 경영학부 교수는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공항의 이름을 짓는 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의 서비스 상품을 브랜딩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지역 입장에서는 당연히 공항 이름에 지역명을 넣고 싶어 하고, 공항 입장에서는 항공사나 승객 유치를 위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명칭을 쓰려고 열을 올리기 때문에 이름을 지을 때 조정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4만 개가 넘는 공항이 있다. ICAO가 공항코드를 부여한 공항이다. 

 

한국항공협회가 2년 주기로 발간하는 항공연감의 주요 공항을 보면, 공항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전 세계 7천300여개의 주요 공항 중 약 23%(1천700여곳)가 미국에 몰려 있다. 

 

반대로, 공항이 없는 주권 국가도 있다. 가톨릭 교황국인 바티칸시국, 입헌군주제 국가인 유럽의 리히텐슈타인 등이다. 바티칸시국으로 가려면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