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수유마을 10만그루 군락 이뤄
숲실마을 산책로 물감 엎질러놓은 듯
최대 참꽃 군락지 비슬산 핑크빛 장관
김유신장군묘·대릉원돌담길·보문단지
경주는 시내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여
대구 하중도 9만8500m 유채꽃단지도
코로나19가 휩쓴 삭막한 도시에도 꽃망울은 맺힌다.
곳곳을 장식하는 새하얗고 샛노란 꽃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축제는 물론 꽃놀이조차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봄꽃 명소들을 지면으로나마 즐겨보자.
# 경북 의성 산수유
경북 의성 사곡면 산수유마을(화전리)은 3월 말이면 온통 노랗게 물든다.
산수유 시목지로 유명한 이곳은 수령 300년이 넘는 산수유나무만 3만5천여 그루에 달한다.
비교적 최근에 심은 나무까지 더하면 10만그루 넘는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마을 전체가 산수유 물결을 이룬다.
산수유의 매력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만 그친다면 아쉬울 일이다. 의성군에서 알려주는 산수유마을 관람 포인트를 알아두자.
- 할매할배바위 앞을 지나치지 말 것
골짜기 따라 꽃길 산책로를 걷다 보면, 화전2리 마을 어귀에 다정히 쌍을 이루는 할매할배바위가 또다른 마을의 시작을 알린다.
금줄을 두른 할매할배바위는 마을의 액운을 막아준다고 한다.
오래전, 자식이 없던 부부가 바위에 치성을 드려 아들을 얻었다는 얘기도 전해져온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할매할배바위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 산수유꽃은 숲실마을부터가 백미
마을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눈앞에 보이는 산수유나무에 모여 들어 인생사진을 찍곤 한다.
하지만 지천을 덮은 산수유꽃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조금의 수고로움을 투자하자. 논·밭두렁을 따라 산비탈 둘레길을 따라 하염없이 올라가다가 적당한 땀이 온몸에 밸 때쯤 숲실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화곡지에 이르는 산책로가 그야말로 백미다. 샛노란 물감을 엎질러놓은 양 현란한 산수유꽃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 경북 경주 벚꽃
경주는 봄이면 시내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인다.
코로나19 때문에 벚꽃 명소들을 폐쇄했다가는 도시 전체를 봉쇄해야할 정도. 경주시 네이버포스트 '하하호호경주'에서 선정한 경주 벚꽃 명소 10선 중 5곳을 소개한다.
김유신장군묘에서 이어지는 흥무로 벚꽃길은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는 명소다.
길가로 왕벚나무가 터널을 이뤄, 꽃이 만개하면 장관을 연출한다.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돼 있어 밤에도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경주시내 대릉원 돌담길도 빼놓을 수 없는 벚꽃 명소.
대릉원과 첨성대를 비롯해 황리단길 등 여행 스팟이 한데 모여있어 더욱 인기다. 돌담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초록의 대릉과 고즈넉한 돌담의 분위기,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주의 대표 관광지인 보문관광단지도 온통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탁 트인 보문호수의 둘레길인 보문호반길을 산책하며 벚꽃눈을 맞거나,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 모두 충분히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보문정은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옆 작은 연못에 자리한 정자다. 이곳은 수양버드나무처럼 꽃가지가 늘어진 독특한 수양벚꽃이 포인트.
연못에 비친 정자와 벚나무의 모습이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해,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출사 스팟이다. CNN은 보문정을 '한국에서 꼭 가봐야할 명소 50선'에 꼽기도 했다.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도 봄을 만끽하기 좋은 장소다. 경주타워와 전시관, 미술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야외 공원과 산책로도 잘 조성돼있다.
벚꽃길은 엑스포공원 뒤편 솔거미술관 앞길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는데, 경주 내 다른 벚꽃 명소에 비해 인파가 몰리는 편이 아니라 비교적 여유롭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 대구 비슬산 참꽃
대구 달성군의 비슬산은 전국 최대의 참꽃 군락지로 유명하다.
산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상에서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으며 봄철에는 철쭉과 참꽃,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눈길을 끈다.
또한 용연사 경내의 석조계단(보물 539호)과 대견사지 삼층석탑(대구 유형문화재 42호) 등 문화재도 품고 있는 산이다.
해발 1천m 고지의 비슬산 정상에는 매년 봄이면 거대한 핑크빛 장관이 펼쳐진다.
기암군과 웅대하고 넓은 능선이 인상적인 정상부에 붉게 피어나는 참꽃은 어느 군락보다도 화려한 모습을 보인다.
일단 평탄한 고원분지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조화봉에서 천왕봉 정상부까지 금세 불길이 타오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참꽃 군락지 중 하나로 손꼽힐만하다.
참꽃을 보기 위한 비슬산 산행은 보통 현풍 방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4월 하순의 참꽃을 보려면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조화봉 일대까지 오르면 가장 빠르게 참꽃 군락에 닿을 수 있어서다. 정상인 천왕봉까지 군락 전체를 조망하며 한달음에 갈 수도 있고, 가는 길에 대견사도 있다.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면 비슬산 명물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30분 만에 참꽃 군락지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참꽃은 진달래꽃과 같다. 먹을 것이 여의치 않아 배를 곯던 시절,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달달한 간식거리여서 인간에게도 유용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고도 부른다.
붉은 파도가 절정인 시기, 매년 35만명 이상이 찾는 비슬산참꽃문화제가 열린다. 보통 4월말~5월초에 개최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됐다.
# 대구 하중도 유채꽃
대구 도심 속에서 너른 꽃단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면 하중도가 제격이다.
대평지에 펼쳐진 유채꽃의 향연이 이색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너른 공간을 배경으로 누구든 꽃밭 속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구 북구 하중도는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팔달교와 노곡교 사이에 위치한 22만여㎡ 규모의 섬이다.
채소를 무단 경작하는 등 방치되고, 상습 침수와 환경 오염에 찌들어있던 땅이 화려한 변신을 한 것은 2013년이다. 지자체가 계절별로 꽃단지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하중도 하류에는 하천 정화력을 가진 물억새를 심어놓았다.
계절마다 볼거리가 다양하다 보니 운암지수변공원, 함지공원, 구암서원, 침산정 등과 함께 대구 북구 8경 중 1경에 지정돼 있다.
그 중에서도 4월 중순쯤 흐드러지게 피는 유채꽃은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9만8천500㎡에 이르는 대규모 유채꽃단지가 조성된다. 가족, 친구, 연인을 비롯해 유치원, 동호회 등에서 단체 관광을 오기도 한다.
TV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도 소문나면서 매년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중도를 통과하는 노곡교에 계단을 설치해 노곡교에서 하중도로 걸어내려갈 수 있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도보로 하중도를 찾는 것은 괜찮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차장 등에 차량의 진입은 통제된 상태다.
/매일신문=이연정기자 lyj@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