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속 10승·100탈삼진 기록
언더핸드 투구폼 현재까지 '교본'
1996년 현대와 KS막판 '인생경기'
2년차 감독 지난시즌 나름 성과
젊은 선수 성장·조화 기대감 커
컨디션 조절에 중점… 5강 목표
전 메이저리거 김병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의 왕조를 이끌었던 이강철 수원 kt wiz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서 전무후무한 4년 연속 15승 이상, 10년 연속 10승, 10년 연속 1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언더핸드스로 투수였다.
당시 선동열, 조계현, 김정수 등 최고의 해태 투수진 가운데 빛나는 성과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다.
그의 투구폼은 현재까지 언더핸드스로 투수의 교본으로 통한다. 사실 언더핸드스로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투구 동작이 읽히기 쉬워 약한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타고난 밸런스와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의 주무기였던 슬라이더와 정확한 제구력은 가히 놀랄만했다.
kt 사령탑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이 감독에게 대뜸 당시 선수 시절 기억나는 경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기였지만 특히 기억나는 경기는 1996년도 한국시리즈 MVP를 탈 수 있었던 현대와의 마지막 경기, 그때인 것 같다"며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이기도 했지만 MVP로 선정돼 많은 언론에 노출됐다. 그 덕분에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당시 한국시리즈 3·6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와 16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아내고 방어율 0.56을 기록할 정도로 현대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그는 2005년 은퇴 후 2군 투수코치와 수석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2017년 8월에는 한국야구대표팀의 투수코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kt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 감독은 "투수 코치 때는 투수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모든 선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수들을 지켜보며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시간이 지날수록 고민도 커지겠지만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팀 컬러에 대해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 젊음이 우리 팀의 강점이자 극복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장 유한준과 박경수, 황재균 등 고참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의 기준이 되면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 주고 있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공격팀, 수비팀 등의 색깔은 옅지만 이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조화를 이룬다면 이전과는 다른 색깔의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김병현에 대해 "김병현은 나보다 더 뛰어난 투수라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나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당시 미국 진출은 쉽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참여해 미국 등 외국팀과 경기를 경험해봤을 때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 감독은 언더핸드스로 투수에 대한 조언으로 "투수는 하체이용이 중요하다"며 "선수 시절 투구할 때 내가 경험했던 것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kt 사령탑 2년차에 임하는 각오도 다졌다.
그는 "지난해는 감독 데뷔 첫해라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나름 성과도 거뒀다"면서 "지난 시즌 가장 큰 수확은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팀 창단과 함께 데뷔했던 젊은 선수들이 제 보직을 만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지만 컨디션 조절에 힘쓰고 있다"며 "외국인 선수들도 합류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야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면서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남은 기간 잘 준비해 5강의 목표를 이루겠다. 꾸준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