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착한기부'로 날개를 달다1
지난 9일 재난기본소득 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세류동 시민, 市 홈페이지 통해 '제안'
염태영 시장, 언론브리핑 진행중 소개
44개동 주민자치위원장등 자발적 동참

정부 예산 닿지않는 취약계층에 '단비'
국가적 문제… 타시·군으로 확산 기대


"재난기본소득, 더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수원시가 지난 9일부터 수원시에 주민등록을 둔 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코로나19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는 고심은 길었지만 그 실행만큼은 타 지자체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그래픽 참조

특히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일 수원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언론브리핑을 진행하며 '착한기부'를 제안했다.

염 시장은 당시 "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은 분들께서는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착한기부 운동을 소개 및 제안했고 이후 수원에서 재난기본소득 기부 캠페인이 본격화 됐다.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사람들의 도시, 수원에서 첫 재난기본소득의 착한기부 릴레이가 코로나19 극복의 튼튼한 씨앗으로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 "착한기부 참여한 분들에게 감사해야"

착한기부 캠페인은 수원시민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권선구 세류동에 거주하고 있는 A씨가 지난달 24일 수원시 홈페이지 '시장님 보세요' 제안코너에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대한 문의글을 게시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A씨는 "당시 논의가 한창이던 재난기본소득을 준다는 뉴스를 보며 10만원이 나에게 꼭 필요한 돈은 아니니 간소한 절차로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아이디어가 수원시에서 나눔 캠페인으로 확산됐지만 "기부를 제안한 것보다 기부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A씨는 "평소 새벽 출근길에 무료급식소에 줄 서 있던 노인들이 코로나19 이후 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팠는데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이나 아이들 등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기부는 강제할 일이 아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지정기부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많이 기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교통약자 등 더 급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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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석 수원 주민자치위원장協 회장, "소외된 이웃 고통 나눔… '침체된 경기' 살아나길"

■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 용기를 주고 싶어"

수원시 44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기부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창석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착한기부 운동을 접한 뒤 각 구 협의회장들과 긴급 회의를 소집, 각 동 위원장 44명 전원의 참여를 이끌어내 지난 13일 착한기부를 완료했다.

그는 자신 역시 자영업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주민자치단체 중 선임 단체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착한 기부는 많이 알려져야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동참할 것"이라며 "모두가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나누고 이겨나가자"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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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수 팔달노인복지관 관장, "고독 느끼기 쉬운 장애인… 부족한 것 채워지길 바라"

■ "착한기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이 메워지길"


수원시 사회복지계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실천 중 하나로 착한기부 동참을 약속했다.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수원시사회복지협의회, 수원시사회복지사협회 등이 결성한 공동연대를 대표해 착한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윤학수 팔달노인복지관장은 "착한기부가 사회복지계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관장은 "갑작스럽게 실직, 무급휴직, 사업장 폐쇄, 권고사직 등을 당해 긴급 생계지원이 필요한 분들과 극도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기부금이 쓰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취약계층은 특히 더 어렵다"며 "착한기부를 통해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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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숙 평생학습을실천하는사람들 회장, "마음의 여유 가지려 노력… 어려운 사람에 쓰였으면"

■ "수원시민이니까"

유인숙 평생학습을실천하는사람들(평실사) 회장은 기부 참여 이유를 한마디로 답했다. 수원시민이니 당연하다는 것.

그는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이 전 시민에게 지급되는 과정을 보며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들어 감사했다"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니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평생교육 담당 강사들이 많은 단체라 코로나19 이후 강의가 무기한 미뤄지며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도 있지만 더 어려운 분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이 더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또 "평생교육사협회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나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계획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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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보 수원시 복지여성국장, "자발적 참여 솔선수범… 공직자에 고마운 마음"

■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직자들에 감사"

수원시의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공무원들이다. 그 중에서도 수원의 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복지여성국 소속 11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동참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서경보 수원시 복지여성국장은 "노인과 장애인, 아동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모인 조직인 만큼 담당 직원들이 먼저 재난기본소득을 단체 기부하자고 제안했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솔선수범하는 공직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 다른 직군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공무원들이 착한기부에 앞장서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인 만큼 수원시에서 시작된 기부 운동이 다른 시·군으로도 많이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착한기부 확산 필요성을 호소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