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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변호사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순례길 학교 교장 외에도 그는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고, 강화도에 아담한 미술관도 짓고 싶고, 조용주 도서관도 만들고 싶다"면서 "또한, 은퇴한 이후 직접 커피를 볶고 힘든 이웃들에게 손수 커피를 내려주면서 법률 상담을 해주는 동네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고성 420㎞ '통일길' 25㎞씩 나눠 … 지인들과 동행
2학년 남해안 '희망길' 계획·3학년엔 산티아고 등 해외로
인천고법은 주민에 당연한 권리… 유치 운동 적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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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巡禮)'의 사전적 의미는 신앙행위의 일환으로 종교상의 성지(聖地)나 영장(靈場)을 찾아다니면서 참배하는 여행을 뜻한다.

 

근래엔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맛집 순례' 등 여행 대신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순례의 의미를 인생에 비유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순례의 길이고 우리는 그 길을 걷는 순례자인 것으로 말이다. 이처럼 순례는 현대인들에게 밀접한 개념이 되었다.

조용주(49) 변호사(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인천 법조계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판사생활 10년 만에 갑갑한 생활의 연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택했다. 이후 변호사로 14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관심사를 더했다. 

 

순례길 학교의 교장을 꿈꾸는 조 변호사는 국내 순례길을 개척하고 있다. 구체적 행동으로도 옮긴 것이다. 그 첫 번째가 통일 순례길이다.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부터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420㎞ 구간이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여름 통일 순례길 답사를 시작했다. 순례길 학교의 진척도와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13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법무법인 안다' 사무실을 찾았다. 

 

근황부터 물었다. 조 변호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판이 열리지 않으니, 변호사 일도 없는 상황"이라며 "좀 쉬면서 유튜브와 블로그에 최신 자료들을 올리고 좋아하는 걷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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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걷기로 이어졌다. 조 변호사는 여러 날 걸으면서 장소의 역사성과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순례길 학교를 1년 전께 생각했단다. 올해 안 개교를 위해 준비 중이다.

"변호사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면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로 인해, 변호사들은 운동이나 정치, 사업 등 다른 분야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올해로 14년째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저는 평소 좋아하는 걷기를 떠올렸어요. 단순한 걷기가 아닌 의미를 찾는 걸음 말이죠. 그래서 나만의 새로운 순례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요. 일반적으로 순례길 하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리는데,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풍광 좋은 길이 많습니다. 굳이 스페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 걸으면서 깨달음과 성찰, 힐링을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 변호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휴전선과 DMZ 근처를 떠올렸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휴전선을 따라 420㎞ 정도를 걷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인천지역 문화계를 비롯해 각계 인사 10여명과 함께 주말을 활용해 걷기 시작했다.

"통일 순례길로 이름 붙였어요.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길과 지역에 얽힌 스토리텔링도 순례에 의미를 더할 것으로 여겨지고요. 지금까지 1회에 25㎞씩, 12회 정도 걸었어요. 1박2일 일정으로도 걸어보고요. 현재 연천군까지 갔습니다. 걸으면서 자동차를 타고선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경기북부지역 하면 흔히들 군부대를 떠올리는데, 역사적 유적지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겨울철에 걸었을 때 본 풍경이 그 정도인데, 요즘 걸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봄에 강원도 철원부터 열심히 걷고 탐사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멈춰선 상황이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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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변호사는 두 번째 순례길도 구상 중이다.

 

통일 순례길이 서에서 동으로 이어진다면, 두 번째 순례길은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희망 순례길이다. 이 길은 부산에서 목포까지 남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남해안에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한 전적지가 30여곳 있다고 해요. 이곳을 길로 연결해서 모두 답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삶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희망 순례길을 걸으며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배우고, 다시 희망을 찾길 바랍니다. 한 번에 길을 완보해도 좋지만 구간을 나눠서 걸어도 되고, 우리나라 순례길은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 변호사는 향후 순례길 학교에서 통일 순례길(1학년)과 희망 순례길(2학년)에 이어 유네스코에 선정된 순례길인 산티아고와 일본 구마노고도 길 등 해외 순례길을 3학년 과정으로 두는 것도 생각 중이다.

"3년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을 수여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고령화 인구가 느는 상황에서 국내 순례길은 은퇴 이후 방황하는 많은 분들에게 삶의 활력과 희망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관광산업에도 일조할 거고요. 올해 안으로 순례길 학교가 개교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분들이 오실 건데, 많은 분들과 함께 각 구간의 길의 의미를 알아가는 콘텐츠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순례길 학교는 별도 입학금 없이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 정도만 내면 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크게 부담되는 여가 활동은 아닐 겁니다."

화제를 바꿨다. 조 변호사는 최근 들어 인천고등법원 설립에 앞장서며 지역 미디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인천고등법원 추진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송현초교 입학 후 동산중·고교까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조 변호사는 인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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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서울 남부지법 판사로 있다가 그만두고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3년 만에 인천으로 사무실을 옮겼어요. 인천 사무실은 올해로 10년 됐네요. 현재 서울 서초동에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대학 입학 전까지 만석동, 화수동, 송현동, 송림동, 십정동, 만수동까지 옮겨 다녀야 했죠. 인천시와 학교동문 선배님들께서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정기적으로 인천 8개 구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에 쌀을 기탁하는 것과 인천고법 유치 운동도 제가 받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인 거죠."

조 변호사는 인천고법 유치는 인천과 부천 등 주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누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나아가 인천고법은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1990년대부터 인천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인천의 인구는 늘었지만, 관심과 애정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죠. 요즘 인천고법 유치 운동에 대한 지역 내 확장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인천고법이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성적 좋은 프로야구팀을 통해 그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처럼요. 올해 총선이 치러지고, 새롭게 국회의원이 구성되면 인천고법 유치를 위한 입법을 해야 하는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정부와 대법원에 고법 유치를 호소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권리지만, 스스로 찾아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인천고법 유치 활동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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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조용주 변호사는?

▲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수료 ▲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법 천안지원, 인천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역임 ▲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로, 인천과 서울에 사무실 운영 ▲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 인천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부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인천고등법원 추진 부위원장 ▲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인천지방변호사회 공익심사활동위원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