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원 보호사의 야간근로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업자 편을 들어줘 논란(4월9일자 8면 보도)을 빚은 안양고용노동지청이 A정신과의원과 보호사 한모(63)씨가 체결한 근로계약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한씨가 신고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안양지청이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4일 안양고용노동지청 등에 따르면 안양지청은 한씨가 지난해 폐업한 A 정신과의원에서 24시간 교대 근무 형태로 일한 데 대해 야간·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야간근무를 입증할 수 없다며 사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지청의 조사과정에서 한씨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대기시간'으로 이해하고 입원환자들의 요구에 대응했다고 주장했지만 A정신과의원은 같은 시간에 한씨가 환자들과 함께 잤다며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조사과정에서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사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A 정신과의원도 근로계약서가 미비함을 인정했다. A의원 측은 "전임자가 근로계약서를 잘못 썼다"며 "근로계약서 상 휴게시간이 명시가 안 돼 있다. 근로계약서에 근무편성표를 첨부한다고 했지만 뒤따른 근무편성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감독관은 "조사할 때 사업주가 제출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 등 구체적인 건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근무편성표 등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주장하는 사항만 조사하도록' 정하고 있고, 근로계약서 미비는 한씨가 제기한 문제가 아니어서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심지형 공인노무사는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은 채 24시간 근무를 했는데도 어떤 근거로 근로감독관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를 휴게시간으로 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해도 신고한 내용이 아니라서 살피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이 사건 현장을 보고도 지나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잘못된 근로계약서 '못 본 척한' 안양고용지청
조사과정 위반 확인불구 사측 책임 안물어… "신고한 내용 아냐" 해명
입력 2020-04-14 21:54
수정 2020-04-14 21:54
지면 아이콘
지면
ⓘ
2020-04-15 8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