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급여 10%씩 선행 '귀감'
대부분 시민구단 예산 부족한 편
월세생활 선수들에 제안도 부담
"선수협 차원 분위기 형성해야"


경인 지역의 한 프로축구 시민구단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자 나머지 프로 구단들은 이 같은 기부 활동에 동참을 해야 할지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K리그2 수원FC는 전날 구단 선수단 35명이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3개월간의 보수 10%를 모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의 지원을 위해 기금을 마련, 수원시에 전달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축구계에 전파되자 도내 프로구단인 수원 삼성·성남FC(이상 K리그 1), FC안양·부천FC·안산그리너스FC(이상 K리그 2) 등은 표정이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수원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비록 예산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수원FC와 같이 코로나19와 관련한 구단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이들 5개 프로구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운영난을 겪고 있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울산 현대·부산 아이파크와 같이 임직원 급여 반납 카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선수단 등 기부금 모금 활동이 더 좋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그래야만 구단 안팎에서의 비난 여론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A구단 관계자는 "고위공직자 및 지자체장의 연봉 삭감 소식이 들어오고 있는데 시·도에서 출자·출연한 기관 역시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시민구단도 해당된다"며 "기부할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홍보라도 할 수 있게 움직이겠는데 윗선에서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B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고 선수단의 연봉 또한 높은 편도 아니다. 프로라고는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월세 생활을 하며 출퇴근을 하는데 기부 활동에 나서달라고 제안하기도 어렵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로 구단이 운영되지만 자율적인 참여로 기부활동에 나서는 게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C구단 감독은 "누구라도 자신의 급여를 깎는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선수협 차원에서 십시일반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선수들 또한 자연스레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며 "내부적으로 보전·보완해 줄 수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 기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