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6편은 '공동체 음악만들기'의 결과
연주자들 개성과 역량 마음껏 드러나

'시나위'와 '오케스트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음악개념이기 때문이다. 시나위는 연주자 개인의 감각적 즉흥 음악성 구현과 합주를 통한 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는 작곡가의 이성적 창작원리로 만들어진 작품을 연주자 집단이 이상적 소리로 재현하는 음악이다. 창작국악을 연주하는 국악오케스트라가 시나위를 추구한다는 모순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시나위는 굿판의 음악이라는 원초적 종교성과 더불어 고유한 음악적 존재양식을 갖는다. 시나위는 개인의 음악적 역량 구현과 합주를 통한 조화이다.
시나위 연주자들은 함께 어우러져 즉각적인 합주를 할 수 있는 뛰어난 음악적 역량과 서로 간의 음악적 협업이 가능한 공동체 정신을 공유한 집단에 속한다.
시나위의 즉흥성은 악기라는 매개물을 통해 개인의 삶을 통한 음악 만들기의 창조적 역량이 발휘되는 장이다. 그리고 합주를 통하여 개인의 음악적 다양성이 하나로 융합되는 시공간이 시나위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신(新), 시나위' 공연을 보면서 시나위의 전통적 개념과 미래적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6편의 작품은 음악감독이 '창작'한 작품이 아니라 음악감독과 연주자들이 함께 모색한 '공동체 음악 만들기'의 결과였다. 그러다보니 연주자들의 개성과 음악적 역량이 맘껏 드러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개인의 솔로 연주를 부각시키면서도 시나위적 합주의 조화를 추구한 'DO-시나위'의 무대는 시나위의 기본정신에 부합하는 음악이었다. '시나브로 위'의 '무위(無爲)시나위'는 시나위의 종교성과 음악성을 잘 표현했다.
'고뇌-무상-자유'의 불교적 테마가 법고춤, 싱잉볼(singing bowl), 생황 등의 불교음악적 요소와 어우러진 시나위의 조화는 무교와 불교의 불가분의 관계를 음악적으로 녹여냈다.
악기의 반복적인 리프(riff)와 강권순의 절규하는 구음이 어우러진 '이음소리',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를 본 듯한 '장백이 유이문안', 몽환적 카타르시스의 세계를 음악과 영상으로 구현한 'S-crafter', 한 편의 '시나위 록(rock)' 공연이었던 '아직'. 6편의 무대는 다양한 배경을 갖는 음악감독들의 독특한 음악적 색채가 드러나면서도 '연주자 창작'을 통한 '시나위-하기'라는 하나의 목적성으로 묶인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는 천지인(天地人)이라는 삼재(三才)의 시나위 음악정신을 6편[六角]의 음악으로 묶은 당주(堂主) 원일 예술감독의 혜안이 빚어낸 무대였다.
이 공연은 원일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 즉 연주자 스스로의 '음악-하기'를 통해 '창작자-되기'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음악영토를 탐험하고자 하는 공동체의 지향하는 바가 드러난 무대였다. 원일 예술감독은 시나위를 '내유신령, 외유기화'로 설명한다.
이는 연주자들의 내재된 음악적 신령함을 기화로 풀어낸 음악으로, 우리 음악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이다.
시나위적 전통이 21세기의 음악그릇에 어떻게 담아져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공연은 우리 음악이 추구해야 할 미래를 개척한 무대였다.
/이용식 전남대학교 국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