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잣집이 땅으로 꺼져 생겼다는 '황지연못' 낙동강 시작
인근 옛 물길 복원 구간·황부자며느리공원 등 산책로 다양
금대봉골 '검룡소' 석회암반 뚫고 용출된 지하수 한강으로
서해서 거슬러 온 '이무기'가 용이 되려던 몸부림 등 전해져
오십천 등 세 물줄기 '삼수령'과 매봉산 '바람의 언덕' 추천
생명의 젖줄인 물을 분출해내는 발원지는 생명의 중심지로,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져 왔다.
태백산 자락에는 3가지 강의 발원지가 있다.
태백시내 중심가에 있는 황지는 낙동강의 발원지로, 태백산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로 널리 알려졌다.
태백과 삼척의 경계인 백병산에서 시작돼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의 발원지는 삼척시 도계읍이지만 낙동강, 한강, 오십천 등 세 강의 분수령이 되는 삼수령은 태백시 화전동에 자리잡고 있다.
# 황지연못의 전설
=황지는 태백시내 중심부에 있는 연못이다.
하루 5천톤의 물이 황지에서 솟아나와 낙동강 1천300리(520여㎞)를 흐른다.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 중지, 하지로 구분된다.
황지연못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에는 겨울 태백산 눈축제 기간 눈·얼음 조형물이 세워진다. 인근에 황지자유시장이 위치해 있어 전통시장의 멋도 즐길 수 있다.
황지의 명칭과 관련된 이야기는 크게 2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널리 알려진 황씨 성을 가진 부자(富者)의 집터가 연못이 돼 황지가 됐다는 전설이다.
한 노승이 황부자의 집에 시주하러 갔는데 시주 대신 쇠똥을 퍼 주었다. 이것을 보고 놀란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며 쌀 한 바가지를 시주했다. 노승은 "이 집의 운이 다해 큰 변고가 있을 것이니 날 따라오되 절대 뒤돌아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며느리가 노승의 뒤를 따라 가다 도계읍 구사리 산등성이에 이르렀을때 집 쪽에서 천지가 무너지는 큰 소리가 났다. 며느리는 노승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 봤는데 황부자 집은 땅 밑으로 꺼져 큰 연못이 됐고 황부자는 이무기가 돼 연못 속에서 살게 됐다.
며느리는 아이를 업은 듯 보이는 돌이 됐다. 일설에는 집터가 세개의 연못으로 변했는데 상지가 집터, 중지가 방앗간터, 하지가 화장실 자리라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연못물이 1년에 한 번 흐려져 황색으로 변하는데 연못 속 신룡(神龍)이 용궁을 청소하기 때문이라는 전설이다. 윤선거가 쓴 파동기행(1664년)과 이보(1629~1710년)의 유황지기에 언급됐다.
# 물길따라 걷는 산책길
=황지연못부터 황지동 황지천까지 800여m 구간은 낙동강 옛 물길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일대 1만3천783㎡에 조경수를 심는 등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대부분 마무리 돼 지금도 물길을 따라 간단한 산책이 가능하다.
황지연못 인근 태백문화예술회관 뒤편에는 황부잣집 며느리 이야기를 테마로 한 황부자며느리공원이 있다.
이곳에선 간단한 산책·산행과 함께 야생화·허브를 감상할 수 있고 며느리 친정집 등이 꾸며졌다. 며느리공원 본적산 산길 중턱에는 풍차모양 무인카페도 꾸며져 있어 차 한잔과 함께 며느리공원·태백 전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한숨 돌릴 수도 있다.
매년 가을에는 황지연못 문화광장~며느리공원 등산로까지 7㎞ 구간에서 태백고원 700 산소길 걷기대회도 열린다.
은빛 장관을 연출하는 억새와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등 야생화가 피어있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본적산 일대를 산행하며 힐링할 수 있다.
# 태백산 검룡소와 이무기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태백산국립공원 내 창죽동 금대봉골에 위치해 있다.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오는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나와 514㎞ 한강의 발원지가 된다.
이곳은 1987년 국립지리원 도상실측 결과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됐다. 검룡소는 2010년 국가지정 명승 73호로 지정됐다.
둘레 20여m의 검룡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하루 2천~3천톤의 지하수가 용출된다. 용출된 물이 오랜시간 암반을 타고 깊이 1~1.5m, 너비 1~2m로 용트림을 하듯 흐른다.
전설에는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고 싶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검룡소에 이르렀다.
이무기는 이곳이 가장 먼 상류임을 확인하고 연못에 들어가 용이 되고자 했는데 이때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친 자국이 바위에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검룡소의 물은 사계절 9℃ 정도로 암반 곳곳에 이끼가 붙어 신비한 모습을 자아낸다. 검룡소주차장부터 검룡소까지 1.5㎞ 코스는 특별히 가파른 길이 없어 미취학 아동도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계단이 있어 유모차 등의 사용은 어렵고 겨울철에는 아이젠 착용이 필요하다. 소요시간은 35분 가량이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중간 중간 벤치에 앉아 쉬며 쉬엄쉬엄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검룡소를 만나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계곡에는 출입하면 안된다. 검룡소 부근에 조성된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래보자.
매년 여름 태백 황지연못과 검룡소에서는 한강·낙동강 발원지 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 도심 워터파크와 물놀이 난장, 야외 영화상영 등이 진행된다.
# 삼수령과 바람의 언덕
=태백 시내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삼척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발 920m의 고개를 만난다.
이곳에서 한 줄기는 한강이 돼 서해로, 또 한 줄기는 낙동강이 돼 남해로, 다른 한 줄기는 오십천이 돼 동해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삼수령으로 불린다.
정상에는 삼수령을 기리는 조형물과 함께 작은 공원과 정자각이 조성돼 있다.
삼수령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 된다. 삼수령을 피재라고도 하는데 난리를 피해 이곳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피해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삼수령 맞은편으로 차도를 따라 올라가면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정식 명칭은 매봉산풍력발전단지로 850㎾ 급 대형 풍력발전기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풍력발전기 아래로는 132만㎡(40만평)의 너른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변덕스런 고산 날씨가 허락해준다면 푸른 하늘과 배추밭, 하얀 구름떼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이 세상 풍경이 아닌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눈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봄~여름 농번기에는 농사차량으로 차량운행이 어렵다.
애초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다보니 마을부터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농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고랭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생업이 걸려있는 문제이니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
시는 사람들이 몰리는 발원지 축제 기간에는 삼수령 주차장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셔틀을 운행한다. 또 인근에 주차장과 함께 별도의 탐방로를 조성, 주민·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강원일보=전명록기자 사진/강원일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