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명중 75%가 '가족원간 스트레스'
생존자들 '극단적 선택 생각' 5% 달해
"외상후 울분 영향… 지지감 개선해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무력감과 우울증 등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알코올 의존 증세가 심해지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정불화를 겪는가 하면, 심지어 삶의 끈을 놓으려 했던 이들도 있다.
안산온마음센터가 내놓은 '4·16 피해자 건강 및 생활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은 무기력(14.3%)·우울(14.2%)·짜증(13.9%)·분노(13.2%)·죄책감(12.8%)·불안(12.5%) 등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보였다.
정신 건강상 문제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9.9%가 수면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56.1%는 식사량이 줄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전후의 음주 상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코올 사용 장애(음주로 일상·심리·생리에 문제가 생긴 음주자)는 7.3%에서 10.9%로 증가했다.
알코올 의존도(사회·심리·신체적 장애를 겪고 음주를 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 역시 1.7%에서 14.8%로 늘었다.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현재 직업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46.4%)에 그쳤다. 월수입이 줄었다고 답한 이들도 61.9%에 달했다. 가정불화도 심각했다.
가족 간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77.4%나 됐다. 이중 '극심하다'(7%)거나 '상당했다'(24.3%)는 응답도 31.3%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5%에 이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원고 학생 등 생존자들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우울(17.6%)·무기력(16.7%)·불안(15.8%)·짜증(14%) 등 부정적 심리 상태를 보였고, 알코올 사용 장애(9.4%→17.2%로)와 알코올 의존도(1.6%→12.5%)가 높아졌다.
응답자의 66.7%가 가족 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생존자(31.8%)도 적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응답도 5%에 이르렀다.
이 조사는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유가족과 생존자 등 3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유가족은 239명으로, 이 중 72.8%는 희생자 부모, 20.9%는 형제·자매였다. 생존자 응답자(66명) 중 단원고 학생은 41명, 일반인은 25명이었다. 여성은 167명으로 전체의 54.7%, 남성은 138명으로 45.3%였다.
센터는 조사 결과를 가지고 1년간 분석·연구 과정을 거쳐 이듬해인 2018년 12월 보고서를 공개했다. → 그래픽 참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깊이 있게 관찰한 연구 자료도 주목할 만하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이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재난피해자 정신건강 추적연구결과'에서 생존 학생들 14.6%가 불안·PTSD·복합성 애도·불면증을 보였고, 25%는 우울 증세가, 31.3%는 신체화(심리적 조건이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는 현상) 단계가 나타났다.
이 같은 증세는 1주기가 되던 날 가장 악화했다가 대입 이후 다시 나빠져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장은 당시 연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 학생의 '외상 후 울분' 증상 정도가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주관적, 사회적 지지감을 개선해 삶의 의미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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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
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