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석 구청장 '무관중연주회' 제안
주차장 무대 삼아 주민들 마음 위로
주말 신구도심… 내달 3일까지 순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생기는 우울감을 '코로나 블루'라고 부른다. 꼼짝 않고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자가격리자들은 그 심리적 고통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인천 연수구 연수구립관악단이 지난 18일부터 주말마다 아파트단지를 돌며 특별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주차장이 무대가 되고, 각 가정의 발코니가 객석이 되는 '발코니 음악회'다. 공연은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진다.
연수구립관악단을 총괄하는 백종성(45) 지휘자는 "애초 3월에 잡혔던 제73회 정기공연이 취소되면서 공연도 없이 지내다 무관중 정기연주회를 생각했었다"며 "그러던 중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자가격리로 고생하는 주민도 많으니 직접 찾아가는 발코니 음악회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연수구립관악단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2회씩 구도심과 신도시를 순회하면서 발코니 음악회를 진행했다. 주민 호응이 커지자 공연 횟수를 늘리기도 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악단 아이신포니에타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25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윤성아파트, 송도파크자이, 서해아파트, 현대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등 1시간 단위로 공연장을 옮겨 다니며 4차례나 연주했다.
연수구는 주민 8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파트 도시'다.
주민들은 발코니 창문을 활짝 열고 박수를 보내면서 공연을 즐겼다.
봄기운을 담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소리 왈츠'부터 팝송 'Love'와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백종성 지휘자는 "주민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 연주했다"며 "주거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 특성상 주민들이 더욱 편하고 뜨겁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2002년 창단한 연수구립관악단은 현재까지도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한 '구립' 관악단이다.
매해 4차례씩 개최하는 정기연주회는 물론 각 마을축제 등지에서 연간 50회 이상 공연하고 있다. 단원은 총 40명이다.
백종성 지휘자는 "관악단은 클래식뿐 아니라 세미 클래식, 재즈,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 등 연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구립악단에 적합하다"며 "발코니 음악회를 진행해 보니 앞으로는 찾아가는 연주회를 더 많이 기획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