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판매' 2개월간 편히 잠 못들어
"일부 시민 욕설·항의 상처 받기도"
십시일반 성금… "사회적 역할 계속"
"이번에 공적 마스크 팔면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 다 들었죠. '동네 지킴이'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부족사태로 정부가 약국을 통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공적' 판매한다는 것은 약사와 시민에게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천 남동구에서 30여년간 약국(구월프라자약국)을 운영해온 조상일(56) 인천시약사회 회장도 코로나19 공적 마스크를 팔기 시작한 지난 2개월여 동안 발 뻗고 편히 잠든 적이 없었다.
조상일 회장은 "시민들도 두렵다 보니 '약국이 마스크를 갖고 갑질하려고 줄을 세운다', '가족이 거동이 어려운데 왜 본인만 살 수 있느냐'는 식으로 항의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욕설을 내뱉기도 해 심리적 상처가 컸다"며 "30년 넘게 약사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욕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 들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조 회장은 "그래도 길거리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잘 보급이 된 것을 보면 보람찼다"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를 위해 신도시부터 섬 지역까지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는 대부분 휴일에도 문을 열었다.
사람이 몰리며 일손이 부족해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일반 처방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민원성 항의에 매일 시달리면서도 이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약사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다는 사명감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의사들의 희생에 비해 약사들의 노고가 덜 알려진 건 사실이지만, 이 기회에 약국도 사회적, 공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약사회 약사 1천500명은 최근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인천시에 500만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묵묵히 일하고 있는 약사들을 모두 '동네 지킴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자살예방, 약물 안전사용 교육 등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