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소방서
지난달 22일 새벽 근무시간 때 인천 남동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난 불을 신속하게 끈 공로로 표창장을 받은 환경미화원 김영창(오른쪽)씨와 유한천(왼쪽)씨. /인천공단소방서 제공

수거차량 운전중 공장서 연기 목격
119 신고후 직접 소화기 들고 나서
인천공단소방서·업체들 협약 계기


늦은 밤 인적이 거의 없는 인천 남동산업단지에서 활동하던 환경미화원들이 불이 난 공장을 발견해 119신고를 하고, 초동 진화작업까지 해내며 큰불을 막았다.

이에 인천공단소방서가 환경미화원들의 활약을 계기로 야간에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들의 협조를 받는 '화재감시단'을 꾸려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공단소방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주)경남주택관리 소속 환경미화원 김영창(58)씨는 "앞으로도 안전지킴이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기 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일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영창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1시께 남동산단에서 생활폐기물 수거차량을 운전하다가 한 공장 건물에서 뿌옇게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봤다.

김씨는 동료 미화원인 유한천(62)씨와 공장으로 다가갔다. 건물 안쪽에 불이 붙어 있었다. 김 씨는 "딱 봐도 불이 순식간에 번질 위험이 큰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이었다"며 "우선 119에 신고했는데, 불이 번질 것 같아서 소화기부터 찾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외부에 있는 소화기를 찾았다. 불은 더욱 크게 번진 상황이었지만, 김씨와 유씨는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다. 영상통화를 이용해 소방서에 화재 상황을 계속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조금 있다가 소방차가 왔고, 불길이 곧바로 잡혔다"며 "조기 진화 덕분에 불이 커지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2018년 8월 남동산단에서 14명의 사상자가 난 '세일전자 화재'가 생각나 화재현장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세일전자 화재 때도 근무하면서 현장을 지나간 적이 있다"며 "다시는 그런 참사가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직접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단소방서는 김씨와 유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던 날 (주)경남주택관리는 물론 인천택시운송조합, (주)남동위생공사, (주)ADT캡스 등 취약시간에 주로 활동하는 민간업체와 '화재감시단'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택시, 청소차, 순찰차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이다.

김영창씨와 유한천씨처럼 앞으로 근로자들이 야간 취약시간에 일할 때 화재를 감시하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인명 구조 활동에 협조하기로 했다. 김씨는 "나와 동료의 행동이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