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투수 따라하며 '폼 완성'… 황금사자기·청룡기·한일전 '승리 주역'
선배 김민 첫 등판경기 긴장감 풀어줘… 타자들 약점 투심으로 공략
"매회가 결승전" 18세 배짱投… 조심스럽게 신인왕 욕심 드러내기도
최근 프로야구 KBO리그 중계를 본 팬들의 반응이다.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가 코로나19로 뒤늦게 개막했다.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보다 먼저 개막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각 팀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제 역할을 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수원 kt wiz의 새내기 투수 소형준이다.
그는 2001년 9월 16일생으로 현재 만 18세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쟁쟁한 실력을 갖춘 프로 세계에서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두 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벌써 소형준의 기록이 한국 야구사에 기념비적으로 남고 있다.
소형준은 지난 8일 생애 첫 선발 등판한 프로 데뷔전에서 첫 승을 거뒀다. 그것도 명문구단 두산 베어스 타자들을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당시 소형준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았다.
최고 시속 151㎞의 직구와 140㎞대 투심패스트볼, 120㎞대까지 구속을 낮춘 커브 등이 절묘하게 섞이면서 KBO리그 최정상급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게다가 개막 3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모두 패했던 kt에게 시즌 첫 승을 안기기도 했다.
소형준의 활약은 KBO리그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다.
소형준은 김태형(롯데·1991년), 김진우(KIA 타이거즈·2002년), 류현진(한화 이글스·2006년), 임지섭(LG 트윈스·2014년), 하영민(넥센 히어로즈·2014년), 양창섭(삼성 라이온즈·2018년), 김민(kt·2018년)에 이어 8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게다가 kt는 KBO리그 최초로 김민에 이어 개막전 선발승을 챙긴 고졸 신인 2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소형준은 선발 첫 출전에 대해 "선발을 앞두고 긴장감보다 걱정이 더 밀려왔다. 과연 '내 공이 프로에서 통할까'라는 의심을 계속했다"면서도 "1회에는 직구 제구가 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1회 오재일, 김재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한 뒤에 마음을 비우고 던진 것이 좋은 비결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무대 첫 선발승이 이렇게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도 "제 앞에 기록을 세운 선배가 김민 형으로 알고 있다. '긴장하지 말고 네 공만 던지고 오라.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당시 승리의 소회를 전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에서의 다른 점에 대해 소형준은 "두 경기를 했지만 프로는 다른 점이 많다. 대다수 타자들이 실투를 놓치지 않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던져야 했다"며 "현재는 포수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지만 타자에 대한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초반 초구 스트라이크 비중을 높여 불리한 카운트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등 상대 팀에 대한 파악도 더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내기 소형준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역대 4번째로 데뷔전 이래 2연속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된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6과3분의1이닝 동안 5실점(2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은 소형준의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였다. 무엇보다도 소형준은 김진우(2002년), 류현진(2006년)에 이어 데뷔전 포함 2연속 선발승을 거둔 역대 3번째 고졸 신인의 주인공도 됐다.
그는 류현진과 비교하자 "류현진 선배님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류현진 선배님이 신인 때 자신 있게 던졌듯 나도 그렇게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위에서 너무 높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부담감도 있다. 그러나 기대에 걸맞은 성장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형준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5세 때 아버지 소철영 씨와 함께 캐치볼을 하며 야구를 접한 그는 의정부 리틀야구단에 들어간 뒤 구리 인창중을 거쳐 수원 유신고 최우수 선수로 급성장했다.
소형준의 장점은 타고난 승부 근성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다.
야구를 하면서 늘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유명한 투수들의 구질을 따라 하면서 변화구와 직구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히 소형준은 지난해 유신고 시절 황금사자기에 이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까지 창단 후 최초로 2개 대회 우승을 석권한 주역이었다.
1년간 2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고교는 지난 2016년 서울 덕수고와 유신고가 유일하다.
또 소형준은 지난해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 시절 '숙적' 일본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따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당시 소형준은 6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6과3분의2이닝동안 7피안타 2실점 호투로 에이스 칭호에 걸맞은 피칭을 했다.
소형준의 무기는 정확한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이다. 직구를 비롯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질의 공을 던진다. 직구와 커브의 속도 차이도 커서 타자들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연패 중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거뒀다. 선배들이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부담 없이 임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아 투심을 많이 던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소형준은 신인왕 목표에 대해 "당연히 신인이라면 신인왕을 하고 싶긴 하다. 하지만 신인왕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매 경기 부상당하지 말고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승수 목표에 대해 그는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10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대 타선에 대한 연구를 더 철저히 하고 매회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던져 반드시 목표를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소형준은 KBO리그 역대 개인 통산 다승 3위(152승)에 오른 이강철 kt 감독이 일찌감치 선발로 내정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이 감독은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결정구만 하나 만들면 정말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면서 "내가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신력이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 감독도 해태 타이거즈 대졸 신인이던 1989년 4월 13일 광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챙겼다.
31년 전 기록이, 제자 소형준 덕에 2020년 5월에 회자했다.
글/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사진/경인일보DB·kt wiz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