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 40여년된 안양 비산동 아파트
열악한 거주환경 탓 세입자 못구해
재건축 요원… "市가 적극 대처를"
"팔아서 인근에 전세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날에 이어 무섭게 비가 내린 19일 오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동산아파트 B동에 거주하는 김모(74) 할머니.
지난 1981년에 건축돼 지은 지 40여년 된 이 아파트는 벽마다 금이 간 채로 방치돼 있고, 장마철마다 내린 비로 무너져 내려앉은 천장도 수차례 고쳐 이곳저곳 도배지가 달랐다.
김 할머니는 최근 거주여건에 대해 "언젠가 비가 많이 온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장실 천장이 떨어져나가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며 "몇 해 동안 큰 비가 없어 그냥저냥 지내고 있지만 집 보수에 큰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무척 힘들다"고 삶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토해냈다.
이어 "3~4년 전 지진파가 안양까지 도달한 날엔 나는 베란다에, 둘째 손주는 방에 있었는데 집이 너무 흔들려 무너질까 혼비백산했다"며 당시의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동산아파트 주민 대다수는 물을 끌어주는 모터를 놓고 산다. 수도에서 녹물은 기본이고, 그 녹물마저 때론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B동의 또 다른 주민 천모(41)씨는 "집에 이사 오기 전부터 모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모터 없이는 주방에 물을 틀면 화장실 변기에 물을 내릴 수가 없다"며 "세탁기를 쓸 때도 40분 코스를 돌려도 물 차는데 시간이 걸려 보통 2시간 세탁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거주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보니 세를 내놔도 사실상 거래가 안 된다. 인근 상가에서 일을 하는 천씨가 싼 세로 이사 오기 전 이 아파트는 2년여 동안 거주할 사람을 구하질 못했다.
주민들은 바로 옆 꿈에그린 아파트 25평형이 4억여원 대에 전세가 나간다면, 24평형 동산아파트는 1억5천여만원에 전세가 거래될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동산아파트와 이웃한 일진아파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 2015년 일진아파트에서, 그로부터 3년여 뒤 일진아파트 상가에서 건물에 붙어있던 시멘트 조각이 풍화로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를 파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해당 건축물들은 재건축이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해 가까스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결성됐지만 사업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이 더디다.
안양 비산동 571의2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이부자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며 "안양시가 정비사업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이해관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피력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