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입사 '기술로 우뚝 선' 원상준 부사장
대기업 나와 외부편견과 싸우며 활로 개척
"내 뒤 이을 후배들은 존중받으며 일했으면"
올해 마흔 살의 원상준 부사장은 경기도 화성시 '열처리' 전문 뿌리기업 제일에이치티씨(HTC)에서 일한다. 그는 대학에서 신소재공학과를 전공했고, 대기업 조선소에서도 근무했다. 세간에 뿌리산업 종사자에게 씌워지는 부정적 인식을 깨는 인물이다.
지난 2008년, 그의 나이 28살에 제일에이치티씨 사원으로 입사했다.
원 부사장은 "대학 졸업 후 나도 남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해 2년 정도 조선소에서 일했다. 전공을 살려 즐겁게 일하고 싶어 뿌리산업에 뛰어들었다"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외부의 편견과 싸우는 건 일상이다. 하지만 나는 열처리 산업에 매우 자부심을 갖고있고 전망도 밝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인식이라도 바꾸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 대한민국 산업 성장을 견인한 뿌리산업은 21세기에 들어 '3D', '재하청의 끝'이라 불리며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뿌리산업 다각화 지원정책의 고용효과'를 보면, 정부가 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 계획을 통해 뿌리기업 고용 촉진정책을 펼쳤지만 2018년 취업자 연령 중 20대 청년층은 8.1%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뿌리산업을 '고령자와 청년층 비중이 극히 낮은 방추형 구조'라고 분석하며 '청년 인구 유입이 없을 경우 산업규모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 부사장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이 사회의 존중을 받으며 일하길 원해서다. 그는 입사 이후 열처리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해 직접 열처리 작업도 하고, 연구개발에도 적극 참여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제일에이치티씨는 항공 부품 관련 열처리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 2018년 NADCAP(국가 항공·방위 산업 협력업체 자격 인정 제도) 인증을 받아 항공·방산 열처리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원 부사장이 4년간 공들여온 결과물이었고 이때 얻은 성취감이 그가 뿌리산업에 지속적인 열정을 쏟는 원동력이 됐다.
원 부사장은 "워낙 인증을 받기 어렵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힘들었다"면서도 "미래가 무궁무진한 산업인데 눈으로 효과를 직접 확인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편견을 바꾸기 쉽지 않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 부사장은 전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이제 삶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뿌리산업에 들어와 새로운 삶이 시작됐고, 내 인생의 꽃도 새로 피우고 있다"며 "청년들이 편견 없이 뿌리산업의 가치를 보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기업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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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