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역군' 찬사받았던 뿌리산업 노동자
4차 산업혁명 선두 대한민국서 '3D' 취급
글로벌 악재 속 제조업과 함께 진가 발휘
지난날 쇠를 녹이고 자르는 일을 하며 굵은 땀을 흘리는 이가 애국자였다. 그 시절 최고의 찬사가 '산업역군'이었는데, 우리 사회는 그 헌신에 존경을 담아 쇠를 만지는 뿌리산업 노동자를 산업역군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선두그룹에 선 대한민국은 뿌리산업을 3D(Dangerous, Dirty, Difficult)로 취급한다. 젊은이들이 일상대화를 즐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들 산업역군을 '노가다'로 폄훼한다. 삶이 윤택해진 대신, 성실한 땀을 흘리는 모든 일이 조롱받는 세상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는 공고하다 믿었던 세계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중에서도 4차산업혁명 대두 이후 우리의 시선 밖으로 밀려난 '제조업'이 진가를 드러냈고 터부시됐던 뿌리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3.0%이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5.9), 일본(-5.2) 모두 -5%대로 떨어진 반면 한국은 -1.2%로 예측됐다. OECD국가 중 하향폭이 가장 낮은 것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근간에 있는 제조업이 흔들리지 않았고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수출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2차례 위기를 겪으며 '글로벌밸류체인(공급망)'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한국경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기술의 요체인 '뿌리산업'이 있었다.
실제 이들 이슈 이후 각종 산업연구서에는 그동안 정부가 수출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 산업구조의 중심추가 기울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뿌리산업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높게 평가하며 제대로 된 육성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4차산업혁명 시대는 제조현장에서 공정기술로만 활용됐던 뿌리기술이 IT,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을 융복합하는 핵심기술로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지난 한달 여 간 우리가 만난 뿌리기업들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에 고통을 호소했다. 뿌리기술에 제값을 내지 않는 대기업의 횡포가 여전하고, 굳어진 사회적 편견에 젊은 인재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랜 탓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변함없이 뜨겁게 흐르는 쇳물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도래했다. 뿌리산업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늘 든든한 뿌리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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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