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식당일로 모은 돈으로 '식비'
가족·지인이 도와 많을 땐 150인분도
코로나상황 끝나 다시 문여는 날 기대
"코로나19 때문에 급식소가 쉬게 돼 밥을 드리지 못하고, 오시는 분들을 돌려보내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여기서 식사를 못 하시면 어떻게 식사를 하시는지 걱정도 많이 되는데, 얼른 이 사태가 해결되면 좋겠어요."
최정숙(67)씨는 1998년부터 20여년 간 인천 동구 송림동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운영을 멈췄지만, 2개월 전만 해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점심을 나눠줬다.
최 씨가 무료급식소 운영을 시작한 건 IMF 무렵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족하지만 힘든 사람들을 도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밥을 굶지 않을 수 있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 꼭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평소 생각도 작용했다. 그렇게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국수 30인분을 나눠줬던 게 무료급식소의 시작이었다.
무료급식소가 송림동에 자리를 잡은 건 2004년이다. 최 씨의 봉사를 응원하는 친동생의 도움이 있었다. 급식시간이 되면 급식소 앞 도로엔 30여개의 탁자와 20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평상이 깔렸다. 최 씨의 언니와 남편, 봉사원 등 10여명이 급식소 일을 도와주고 있다.
노숙인들과 쪽방촌 동네 어르신들, 아침에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급식소로 모여들었다. 최 씨는 "우리는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밥을 드린다"며 "못해도 70인분, 많으면 150인분까지 밥을 제공해왔다"고 했다.
식사를 만들기 위한 비용은 최씨가 그동안 노점상과 식당일 등을 하면서 모아 둔 개인 돈과 가족들의 도움, 지인 후원 등으로 마련하고 있다. 쌀과 양념장, 깨 등 식자재를 보내주는 지인들도 있다.
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살펴주는 약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최 씨는 "좋은 인연들이 함께할 수 있어서 봉사를 지속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최 씨는 "어르신께서 밥을 맛있게 잘 먹었다며 주머니에 고이 챙겨온 사탕을 건넬 때면 마음이 뿌듯해진다"며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또 "얼른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서 무료급식소 일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