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선감어촌
대부도 오염된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백로.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해수 원활하면 스스로 살아나
김종성 서울대 교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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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돌아본 경기만은 활력과 침체가 함께 엿보였다. 부흥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망가진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는 어민들의 절박함, 이제 다시 해보자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공존했다. 정부도 망가진 바다와 갯벌을 살리기 위한 예산 지원을 거듭하고 있다.

옛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경기만 갯벌의 옛 모습을 찾기위한 다양한 정책에 대해, 어민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유부도·동검도 복원사례 '교훈'
갯벌 제방 교량으로 개선 효과

2. 김종성 교수-프로필 사진
"해수만 원활하게 유입되면 자연적으로 갯벌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경기만 갯벌은 각종 간척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해양 생태계의 보고였다. 안산 선감도는 전국 최대 바지락 황금어장으로 꼽혔고 화성 지역 갯벌들도 가리맛 조개 등 풍부한 어족 자원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1991년부터 시작된 간척 사업으로 경기만 갯벌은 옛 모습을 점차 잃어가기 시작했다. 갯벌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어떻게 갯벌 살리기에 나서야 할까?

오랜 시간 국내 갯벌을 연구해 온 김종성(사진) 서울대 교수는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갯벌에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방조제로 갯벌에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 조개들이 깨끗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며 "갯벌 밑에서 사는 조개들이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다가 다 죽어버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충남 유부도와 인천 동검도 갯벌 복원 사례를 들면서 바닷물의 유입을 강조했다. 유부도는 지난 2017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유부도 남쪽 제방과 폐염전을 철거해 바닷물이 갯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인천 동검도는 인근 갯벌을 갈랐던 제방형태 연륙교 일부를 해수가 통하도록 교량 형태로 바꿔 갯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인공어초 등 구조물을 만들어 해양 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은 장단점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제한적으로 필요한 곳에 식수 공급이나 농업 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댐 등으로 물길을 막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하구 전체를 막아서는 것은 그곳에 있는 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갯벌법 제정 등 최근 바뀌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갯벌 생태계를 얘기할 때 늘어나는 종의 수 등 눈에 보이는 것들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제정된 안은 보호 지역을 수심 6m 이하까지로 정의해 갯벌의 전반적인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며 "갯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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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어촌뉴딜' 총사업비 94억 확보

낙후된 어촌 시설 개선·자생력 강화 '활력'

오이도 갯벌은 해양수산부의 '2020년 어촌뉴딜300사업'에 최종선정되며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국비 66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94억원을 들여 도시어촌인 오이도의 어항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배후지역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 

 

어민들은 이 사업으로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해양자원 회복을 이끌어 내 오이도를 찾은 관광객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쾌적하게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어촌뉴딜300사업은 낙후된 선착장과 같은 어촌의 필수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화개발로 어촌을 가기 쉽고,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지역밀착형 생활SOC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낙후된 어촌의 생활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총 300개소를 선정해 2024년까지 약 3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민들은 이 같은 지역 밀착형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어민은 "서해라고 하지만, 지역마다 나는 해산물이 조금씩 다르고, 각 특색이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사업보단 그 지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특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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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맛조개·알찬 꽃게 흔적없이 사라져
"뚝방 일부 터서 연륙교 건설 생태계 보전"


소·중 맛조개의 산지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은 옛 명성을 잃었다.

엄지손가락 굵기에 7㎝ 길이의 화성 맛조개는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며 '맛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맛조개는 궁평항 앞에서부터 화성시 장덕리 부근 갯벌까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14㎞에 달하는 갯벌 어디에나 들어가기만 하면 바구니 1개를 채우는 건 순식간이었다. 

 

꽃게도 마찬가지. 궁평항 부근은 꽃게들의 지정 산란장소였다. 꽃게 2마리 중 1마리는 알을 가득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해수가 막히며 갯벌과 함께 사라졌다.

뻘 성분(진흙) 퇴적이 늘고 모래가 줄어들며 서식 환경이 바뀌게 됐고, 갯벌 생물들이 먹고 살던 미세생물들도 점차 사라졌다. 

 

어떤 곳은 영양분이 과하게 몰려 썩었고, 어떤 곳은 영양분이 없어 메말라갔다.

궁평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어민은 "뚝방을 일부 터서 고가로 만들면 물길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생태계도 보전할 수 있고, 갯벌도 산다"며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보았듯, 바닷물이 민물과 공존하면서 자연이 자정하는데 이 효과가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천 동검도의 경우 뚝방을 일부 터 다리(연륙교)로 만들었다. 

 

이후 황폐해지던 갯벌은 예년 수준으로 회복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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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관항 국비 등 145억 '수혈'

"서해대교 내해 지역 항만지구 제외" 어민 이구동성

평택시 현덕면의 자그마한 포구인 권관항에 낭보가 전해졌다.

해양수산부 '2020년 어촌뉴딜300사업'에 최종 지정돼 국비 102억원을 포함한 145억원이 투입되는 것. 권관항은 서해안 '노을'을 테마로 하는 어촌마을로 재탄생한다.

예로부터 권관항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서해안 유명 포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평택항 개발로 인한 항만지구 설정과 서해안 고속도로 및 국도 39호선의 개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해양자원이 급속도로 망가졌다.

박판규 권관리 어촌계장은 "사업 선정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린다"며 "지역 어민과 함께 옛 권관항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같은 낭보를 뒤로하고 이 지역 어민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서해대교 내해 지역을 항만지구에서 풀어주는 것이다.

평택항 개발 사업 이후 서해대교 내해가 항만지구로 설정돼 평택시나 인근 다른 지자체가 도움의 손길을 전하려 해도 힘든 부분이 있었다. 

 

서해대교가 생기며 내해지역은 사실상 항만기능을 잃었다. 물길 자체가 바뀌면서 퇴적이 늘고, 폐그물망 등 쓰레기도 늘었다. 예전에 갯벌로 나가면 잡혔던 모시조개·맛·바지락·대합·피꼬막 등은 개체 수가 확 줄었다.

한 어민은 "인근 당진·아산 어민에 우리(권관)까지 포함하면 300여 가구가 여전히 바다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내고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이젠 항만지구에서 이곳(내해지역)을 제외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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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전 완성 담수호·세계5대 갯벌 천수만 '반토막'

"역간척 말고는 답이 없어유"

"부남호를 살리려면 역간척 말고는 답이 없어유."

지난달 30일 찾은 충청남도 서산시 부남호 당암포구. 간척사업이 진행됐던 1980년대 이전부터 60여년간 당암포구에서 살아온 최병환(72) 전 당암어촌계장은 부남호를 살리기 위해선 역간척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보릿고개라고 해서 당시에 먹고 살 게 없으니까 간척으로 농사를 짓게 해주려고 한거다. 근데 짠물이 들어와서 농사도 못 짓는다"라며 "간척해서 좋아진 건 도로 뚫린 거 밖에 없다"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부남호는 지난 1979년 (주)현대건설이 서산 A·B 지구 매립 면허를 갖게 되면서 1980년 5월 공사를 시작해 1982년 10월 공사를 완료한 담수호다. 

 

세계 5대 갯벌로 불리면서 천혜의 관광자원과 해양자원을 간직한 보고(寶庫) '천수만'이었지만, 간척사업으로 천수만의 갯벌 면적은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생물의 서식처가 파괴됐다.

방조제 등으로 해수유통이 막힌 부남호의 수질 오염은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최씨는 "가두리 양식장을 해도 수질이 너무 안 좋아서 물고기가 금방 죽어버렸다"라며 "간척하고 나서 어획량도 90% 가까이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부남호에는 10여개의 가두리 양식장만 떠 있는 상태다. 주변 음식점에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간척사업으로 수질오염·생태계 파괴 등 지역경제까지 타격이 미치자 충남 태안군은 지난해 부남호에 2천972억원 규모 역간척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역간척은 간척의 역과정으로 바다에 쌓은 제방을 열어 간척 이전의 자연상태로 되돌린다. 단순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아니다. 해수유통으로 어획량이 늘어나고 자연이 회복되면서 이를 통해 관광 사업으로 발전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갯벌과 같은 생태계 복원사업은 예전부터 진행됐는데 부남호 역간척 사업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원근·김동필·신현정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