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 구성원들의 삶을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매해 진행되던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봄은 왔지만 자유롭게 봄을 만끽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올해의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 역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가족사랑 글쓰기 대회'로 전환되었습니다.
응모된 글들을 보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길 바라는 인천 시민들의 갈망,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족 간의 유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쓰기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은 그러한 갈망과 유대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글들에 주목했습니다.
유경란(청라초 5학년) 어린이의 시에서는 소중한 이웃들의 얼굴을 자유롭게 바라보며 인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는 마스크와 방호복에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이웃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직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고은임(선원초 3학년) 어린이의 시에서는 강화도의 봄 풍경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강화도의 봄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안타까움을 "더 많은 더 예쁜 봄"을 보기 위한 기다림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부분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반복하여 표현된 "나부터 먼저 지켜요!"라는 구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드러나 있지만, 강화도의 봄을 자유롭게 누리고 싶은 갈망 또한 담겨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승희 (인천용현남초 6학년) 어린이의 산문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족 간의 유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승희 어린이의 산문을 읽으며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직접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입한 후 이를 손주들에게 보내준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할머니의 건강을 염려하는 손주의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라는 재앙 때문에 힘든 마음이 할머니의 사랑으로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구절은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워하면서도 여전히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응모작 가운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신지안(인천구산초 6학년) 어린이의 시였습니다. 이 시의 매력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세상의 모습을 '구겨진 종이'에 비유하고 있는 부분에서 확인됩니다.
효과적인 비유를 사용하며 이 시는 집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답답함,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불안감을 "구겨진 삶"이라는 표현 안에 응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구겨진 덕분에 가까운 이웃이 되고 서로를 아끼고 위해줄 수 있게 된 역설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신지안 어린이의 시는 "원치않은 봄이지만/구겨진 채로 서로 돕는다//이 구겨진 세상/나쁘지만은 않구나."라는 구절로 끝을 맺습니다. 이 네 구절은 이 글쓰기 공모전이 담아내고 싶었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서 인용해 보았습니다.
신지안 어린이의 시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에 공감을 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온전히 만끽할 수 없었기에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이었는지, 그리고 봄을 함께 공유했던 이웃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사람들이 함께 넓은 공원에 모여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심사평을 마칩니다.
/강용훈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18회 푸른인천글쓰기대회 심사평]코로나 극복 갈망·유대감… 효과적 표현·비유 참신
입력 2020-06-07 20:04
수정 2020-06-07 20:05
지면 아이콘
지면
ⓘ
2020-06-08 9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