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사라지자 마주협회도 운영난
대출 막혀 말 위탁관리비 지급못해
관련업체 30여곳 연쇄 유동성 위기


코로나19로 3개월 넘게 경마가 중단돼 경마상금이 사라지면서 경마산업이 위태롭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는 협회에 말 사료, 깔짚 등을 납품하는 업체와 말을 진료하는 수의사, 발굽을 다듬는 장제사 등 30여 업체에 오는 10일에 지급해야 할 금액의 70%만 지급한다고 전했다.

2월23일 이후 3개월이 넘게 경마가 중단되면서 마주협회가 조교사협회에 지급하는 말 위탁관리비 5월 분이 입금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주는 말 관리를 조교사협회에 위탁하며, 말 한필 당 월 165만원(부가세포함)의 위탁관리비를 지급한다. 위탁관리비는 절반이 인건비(조교, 기수, 말 관리사)로 지급되고, 또 다른 절반은 말 사료비, 깔짚비, 진료비, 장제비, 마사사용료, 장구비 등으로 지출된다.

마주협회가 3월과 4월 경마가 없는 동안 한국마사회로부터 돈을 빌려 서울경마장의 말 1천400여두에 대한 위탁관리비를 지급했지만 최근 마주협회는 더 이상의 대출이 어려워 5월분을 지급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이같은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는 경마상금이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마사회의 2020년 경마시행계획에 따르면 경마상금은 경주에 참여한 마주에게 전부 지급되며, 마주(79.16%), 조교사(8.54), 기수(5.03), 말관리사(7.27)가 나눠 갖는다.

조교사협회는 경마상금과 위탁관리비를 수입으로 하고 조교사(48명), 말관리사(485명), 사무국직원(11명)과 30여 납품업체에 지출해야 하는데 수입이 전부 사라지면서 이에 얽힌 관계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군포에서 사료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9년동안 사업하며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 결제가 안되면 직원들 급여, 납품업체 대금 등 연쇄적으로 지급이 어렵다. 오는 20일 계획된 경마가 꼭 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인석 조교사협회 부회장은 "이대로 경마가 멈추면 코로나19 이후 경주에 참가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며 "조교사협회가 3개월째 대출로 버텼지만 이대로 가기는 어렵다. 마사회도 고통분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