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01000377900017641
40여 일 가까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권명희 이천시여성단체협회장이 "내가 힘든 건 유가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유가족들이 회복돼 일상을 되찾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40여일 가량 묵묵히 궂은일 도맡아
"12년전 참사반복에 너무 안타까워"
문제 조속해결해 일상 되찾길 바라


2020060801000377900017642
"유가족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은 봉사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모든 이천 시민들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이천시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한 물류 창고에서 불이나 38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에 따른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하는 중대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한익스프레스 화재 희생자 분향소에는 유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싶은 지역 사회기관 단체 및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재 참사 당일 모가면 체육회관 임시생활시설부터 청소년센터 분향소까지 40여 일 가깝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유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이천시여성단체협의회 권명희(69) 회장이 있다.

권 회장은 "12년 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유가족들과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이런 고통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또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 진심으로 이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있지만 아비와 자식 등이 자신의 품 안을 떠난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진심 어린 이천 시민들의 사랑을 담은 위로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사고가 나자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오열하는 유가족을 끌어안고 등을 두들기며 함께 울었다.

젊은 처와 어린 자식들의 슬픔이 너무나 안타까워 유가족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매일 아침마다 분향소가 차려진 서희청소년문화센터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분향소에 도착해 참배 후 그날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방문객들을 안내하고 헌화 꽃 전달, 청소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야간에 봉사하는 향토협회원들, 특히 의사이자 자원봉사자로서 유가족의 건강상태 체크와 급한 환자가 생기면 왕진을 자처하는 엄태준 이천시장 부인인 남선희 여사와 유가족의 모든 일을 돕는 민호기 자원봉사센터장 등이 함께 하고 있기에 힘들지 않다"며 "이웃의 슬픔을 나누는 이천시민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힘든 건 유가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유가족들이 회복돼 일상을 되찾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유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꿋꿋하게 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