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박해심 아주대학교의료원장27
취임 100일을 맞은 박해심 아주대학교 의료원장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첨단의학연구원 산하조직들 '한우물'

게이츠재단 지원받아 빅데이터 플랫폼 연구

환자 비용부담 줄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 '소신'

고령화시대 협업모델 '신경'


알레르기 원인중 하나 세계 첫 규명 '본업 충실'

"임상 진료 접목 의료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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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연구만이 강한 병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학교법인 대우학원은 제14대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박해심(62) 교수를 선임했다. 

 

'천식 분야 세계적 의학자'로 명성을 떨친 박해심 원장은 알레르기 관련 국제 학술 잡지에 400여편 이상 주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한국 의료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이런 박 원장이 지난 8일 원장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4일 아주대의료원장실에서 만난 박 원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쳐났다. 그의 얼굴에는 당당함이 묻어났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 속에 의연함이 엿보였다.

의료원장에 임명된 뒤 지난 3개월간 그는 의료원 안팎을 돌아보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주위에선 아주대의료원 최초의 여성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라고 밝혔지만, 박 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그저 평범한 원장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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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3월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내 어려움이 많았지만 신념을 갖고 헤쳐나갔다.

그는 "코로나19로 삶이 팍팍해지고 행동반경도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희생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에도 잘 버텨온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대의료원은 개원 이후 연구분야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1994년 개원 당시 국내 대부분의 병원이 '연구'보다 '환자 진료'에 주력했지만 아주대의료원은 남달랐다.

박 원장은 "당시 미국 등 선진국에선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 신약 등을 개발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성공적인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아주대의료원은 1996년 2월 국내 최초로 의료 원내 의과대학과 동급 기관으로 '의과학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연구개발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아주대의료원은 2015년 BK21+, MRC, SRC 그리고 연구중심병원 등 4개의 대형 국책과제를 동시에 수주해 연구분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전임교원 1인당 교외연구비 실적이 2016년 2위, 2019년 4위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질적 향상을 꾸준히 주문한다. 그는 "많은 교수님들에게 연구에 더욱 매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의학기술의 발전은 많은 연구에서 나온다. 특히 요즘에는 4차 산업의 핵심인 바이오헬스기술을 빅데이터화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공감 박해심 아주대학교의료원장14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3년 4월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연구중심병원은 학교가 아닌 병원 내부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과 연구 역량을 구비하고 산·학·연과 개방형 융합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수준의 보건의료 산업화 성과를 창출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2013년에 최초 선정된 이후 2016년 재지정, 2019년 3차 지정을 받았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료정보학과 박래웅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단장으로 국내 63여개 의료기관의 임상 빅데이터 표준화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 오딧세이(OHDSI, 전세계 20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비영리 국제 연구 컨소시엄) 창립 멤버로 현재까지 300회 이상의 국내외 강연 및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다.

박 원장은 "아주대의료원은 지난 2004년 8월 아주대 의대에 국내 최초로 의료정보학교실을 개설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처방전전달시스템(OCS) 등 도입 논의가 시작될 뿐 의료IT 개념조차 생소했었다"면서 "박래웅 교수는 연구원 2~3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공통데이터모델(CDM)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아주대의료원은 올해 3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 국제 공동 연구협약을 맺고 연구비를 지원받아 대구·경북지역 소재 2개 종합병원의 코로나19 임상검사 데이터를 공통데이터모델 기반 의료빅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주대의료원은 이러한 연구분야를 체계적이고 효율적 지원을 위해 2015년 기구조직에 부속병원, 의과대학·간호대학 등과 더불어 '첨단의학연구원'을 신설했다.

박 원장은 "'연구분야'의 중요성에 걸맞게 연구센터와 연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초, 임상연구 및 중개연구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독립된 연구 전담기관이 필요했기 때문에 신설된 것"이라며 "현재 첨단의학연구원 산하에 14개의 연구센터, 9개의 임상과학융합연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초와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주대의료원의 연구비 수주액은 2010년 284억원에서 2019년 520억원으로, 창업실적은 같은 기간 0건에서 11건으로, MOU 실적은 1건에서 16건으로, 특허출원은 39건에서 114건으로, 기술이전 계약 실적은 3건에서 10여 건으로 늘었다. 또 SCI급 연구논문은 332건에서 548건으로 증가했다.

인터뷰 공감 박해심 아주대학교의료원장12

박 원장은 알레르기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의료원장을 맡은 뒤 1주 진료를 3회에서 2회로 줄이면서 일부 환자들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박 원장은 환자뿐 아니라 전국의 의사들로부터도 신뢰를 받는 학자다. 세계 학회에서 인정받기도 하지만 큰 학회뿐 아니라 작은 간담회에 초청받아 강연할 때에도 전력을 다해서 준비하는 철저함 때문이다.

박 원장은 "진료와 연구가 좋아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다행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고 이를 국내·외에서 인정해 주는 것 같다"며 "임상진료 결과를 연구로 이어가고 그 연구를 다시 임상에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의료의 질 향상을 이뤄왔다"고 말했다.

사실 박 원장은 난치성 천식의 조기 진단법, 생체지표 및 조기진단법 개발, 면역조절제 개발 등의 우수한 연구성과를 발표했고 아스피린, 항생제 등 약물 알레르기와 직업성 천식에 대한 주요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환삼덩굴 꽃가루가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의 중요한 원인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면역치료제를 개발했다.

아주대의료원은 해외교류 및 봉사활동에도 집중하고 있다.

박 원장은 "2006년 중국 용정시 인민병원과의 교류를 시작으로 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일본·러시아 5개국 35개 기관과 국제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특히 2019년에는 중국 하얼빈시 지야윤병원으로부터 아주대학교병원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사용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아주대의료원은 개원초부터 소외당하고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왔다. 지난 2004년 의료원 10주년을 맞아 '의료봉사활동'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전환해 봉사 대상과 범위를 더욱 넓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아주대의료원 봉사동아리는 매월 1회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신우회는 이주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ICT가 의학분야에서도 큰 화두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빅데이터, 모바일, 웨어러블 분야 등이 크게 발전해 왔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ICT와의 융합 의료기술 개발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서 입원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새로운 의료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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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령화 사회 대비 항노화, 재생, 재활 등의 의료기술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엔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 문을 열었다. 아주대병원은 급성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아급성기 중증환자의 전문재활치료를 시행 후 지역사회 요양병원으로 전환해 만성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령화 시대의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 원장은 "아주대의료원은 이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진료의 질적 향상을 통해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시스템의 재정비로 환자에게 보다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가 국가 보건의료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병원의 주 수입원이 되는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메이오클리닉이나 존스홉킨스병원처럼 아주대의료원도 연구를 통한 질적 성장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고자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 의료비 비용 절감 등 실질적으로 환자가 혜택을 받고 지역사회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박해심 원장은?

▲1958년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석사·박사,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 박사 후 연구원

▲연세의대 알레르기내과 연구

▲아주의대 알레르기 내과 주임교수

▲아주대의료원 연구지원실장·첨단의학연구원장

▲EBS 알레르기 명의로 선정

▲아주대학병원 '천식 및 알레르기' 임상 융합연구단장

▲세계알레르기학회 학술위원장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회장